은행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다. 자칫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은행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CEO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명의 은행 CEO 앞에 닥쳐온 위기와 이를 돌파할 혁신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1등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1등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사실이나, 조병규 은행장은 기업영업 부문에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1등은행을 경험해본 만큼 2024년을 우리은행의 해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4분기 태영건설 사태 관련 부동산PF 충당금, 민생금융지원방안 마련 등의 여파로 순이익이 직전분기(8200억원) 대비 2270억원으로 72.3% 줄어든 영향이다. 비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6735억원, 8802억원으로 각각 8.9%, 5.1% 감소한 영향도 있다.

이처럼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조 행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지난달 27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조 행장은 “올해는 우리가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1등 은행을 경험해 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조 행장의 자신감은 자신이 지점장이었던 시절때부터 담당 점포를 1등 점포로 만들만큼 리더로서의 성공 경험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강북영업본부장을 거쳐 기업그룹 집행부장을 역임한 기업 금융 전문가다.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던 경험을 지녔으며,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시엔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와 2위(2013, 2014년)를 각각 수상하며 영업 역량을 입증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도 지난해 5월 조 행장을 후보로 추천할 당시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게 평가했다”며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 대출 성장 목표를 2027년까지 3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대기업 부문은 30%, 중소 기업 부문은 10% 성장을 추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2027년까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율을 6대 4로 변경하고 점유율 1위를 목표로 기업 대출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 대출은 2022년 말 대비 6.5% 상승, 대기업 대출은 21% 증가했다. 이는 4대 은행 중 하나은행 다음으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조 행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이러한 조 행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별도의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조 행장은 국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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