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금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년 전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눈을 돌린 것이다. KB국민은행은 IB부문 중심으로 대기업 대출 성장에 주력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올해 1월에 ‘신한 쏠(SOL)클러스터’를 신설하는 등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72조5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8090억원으로 전달 대비 2조8606억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조7051억원 늘어난 634조901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대출 역시 2개월 만에 1조5636억원 늘어난 320조7940억원을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922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0.07%(4779억원)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은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해 둔화하는 모습이다.

◆ KB, 기업금융 공격적으로 진행...신한도 강화

KB국민은행은 영업점 네트워크망을 통해 중소기업대출에 오랫동안 힘써왔었다. 최근에는 전략적으로 IB부문 중심으로 한 대기업 대출 성장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기업금융 확대에 중점을 둬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신한 쏠클러스터’ 조직을 신설했다. 쏠클러스터는 은행권 최초로 본부 프로젝트매니저(PM), 심사역 등이 현장의 기업금융전문역(RM)과 한곳에 모여 대출 등 종합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본부 기업금융 조직을 현장에 배치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기업금융 서비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이전까지 분리돼 있던 본부, 현장 조직이 기업금융 최일선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RM이 지방에서 영업하면 본부에서 PM이 상품을 정밀하게 재설계하고, 심사역이 심사 작업을 차례로 진행했다. 현장과 떨어진 PM과 심사역의 작업을 거치는 탓에 RM의 영업 결과가 서비스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1~2주 걸렸다.

이제는 쏠클러스터 조직을 통해 RM과 PM이 함께 현장 영업에 나서고 심사역이 곧바로 심사 작업을 해 의사결정 과정이 수일 단위로 단축된다. 쏠클러스터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부품·장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세 가지 특화산업에 속하는 기업에만 여신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기업이 밀집한 경기 중부와 충청권에 접근하기 좋은 경기도 수원에 사무실이 꾸려진 이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안전 자산 증대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우량 기업금융에 대한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리, 신성장산업 위주 확대

우리은행은 신성장산업 위주로 기업금융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성장산업에는 기능성 탄소 소재·메타버스·스마트 모빌리티·지능형 서비스로봇 등이 해당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간담회를 통해 2027년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당시 50대 50인 기업과 가계대출 비율을 2026년 말까지 60대 40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대기업 부문은 매년 30%, 중소기업부문은 매년 10%씩 비중을 높여 2027년까지 순증 규모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의 기업과 가계대출 비율은 51.1:48.9다.

우리은행은 ▲미래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조직/인사 등) 등 세 가지 축으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27년까지 대기업 여신을 15조원 증대하고, 2028년까지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방산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매년 4조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결제시장에 진출해 이종산업 간 제휴 모델 활용 등 새로운 수익모델 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 농협, 조직개편·신상품 확대 출시 등

농협은행은 지속적인 기업금융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올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업투자금융부문을 기업금융부문과 투자금융부문으로 분리해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한다. 또한, 기업고객부를 중소기업고객부와 대기업고객부로 분리하고 중소기업고객부 내 ‘기업상품개발국’을 신설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 고객군별 세밀한 마케팅 지원을 강화했다.

아울러 유망업종, 우량기업 대상 신규 주거래기업 확대를 강화한다. 또한 중견기업 지원 추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 따라 혁신성장품목을 영위한 중견기업 대상 전용 상품을 출시할 때,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전용상품까지 확대한다. 농협은행은 내 달중으로 해당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금융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 2028년까지 총 1000명의 기업금융 토탈마케팅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 현장 중심 실무교육을 통한 기업금융전문역(RM) 육성을 위해 총 3단계의 ‘NH-엘리트 RM 양성과정’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현장 중심의 ‘수도권 RM인력 양성과정’과 ‘여성 RM 책임자 과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RM 인력운영을 위해 현재 여신이력제 중심의 ‘RM직무역량레벨’을 기업금융 전체 실적을 정량화한 ‘신(新) RM직무역량레벨’로 개선 운영한다.

◆ 하나, 기업금융 안정화에 방점

하나은행은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기업대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부문에서 2위였던 신한은행을 제치기도 했다. 올해는 하나금융의 경영 전략에 따라 기업금융 확대를 공격적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내실과 협업”이라며 “기업대출 측면에선 기존 고객에게 집중하며 안정화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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