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업종 등 저PBR 수혜주 ‘주목’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 주도의 일본식 주주 친화 정책에 따라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 종목을 한눈에 확인하는 비교 공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달부터 정부 주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돼 운용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4차 민생 토론회에서 국민 자산 형성·고금리 부담 경감·취약 계층 재기 지원의 세 가지 금융 정책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기재 ▲공시 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 부여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신규 지수·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를 두고 ▲도쿄증권거래소(TSE)의 PBR 1배 이하 상장사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 요구 ▲일본 금융 당국의 JPX 프라임 150 지수 벤치마크 신설 ▲기관 투자자 장려 정책 등을 모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저 PBR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의 합계) 가치로 나눈 시장가치비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순자산에 대해 1주당 몇 배 거래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 가치가 청산할 때보다 더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보험(0.68배) ▲유통(0.61배) ▲금융(0.42배) ▲건설(0.39배) 분야에 PBR 1배 미만 저평가 종목이 집중돼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업종인 증권업은 1.66% 상승 마감했다. 개별 종목 별로 ▲부국증권(7.4%) ▲신영증권(3.5%) ▲미래에셋증권(2.5%) ▲대신증권(1.7%) 등이 큰 폭으로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주 친화 정책에 따라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책의 실효성은 결국 주식시장 자금 형성에 있다고 판단되기에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등의 장점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며 “상장사의 자율 공시 등은 실제 주식시장에서의 가치주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증시에선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 발표의 수급 효과도 높았지만, 일본은행(BOJ)과 기관 투자자의 수급 기여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업종별 상승률 상위에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주가 집중된 점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크다”며 “지난 20년간 해소되지 못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도입 예정인 하나의 제도로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식시장은 제도 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기업 가치가 결정된다”며 “기업이 본질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을 동반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조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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