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본원 앞 석판. 사진=한경석 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본원 앞 석판. 사진=한경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과급 지급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성과보수 지급 기준을 위반하거나, 불합리한 지급 관행이 확인되는 등 성과보수체계 운영 방식이 단기 수익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한 측면에선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는 그동안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과도하게 확대하며 고수익을 추구한 반면, 그 과정에서 관련 임직원에 대해 거액의 성과급이 지급됐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17개 증권사의 부동산PF 성과보수 지급 실태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상당수 증권사가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정 증권사의 경우 보수위원회가 정한 성과보수 지급기준이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일부 증권사는 이연해야 하는 성과보수를 일시에 지급하거나, 최소 이연기간(3년) 및 이연비율(40%)을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모 증권사는 지급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상당수 직원(이연지급대상 직원의 18%)에게 성과보수 13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고, 또 다른 증권사는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연지급대상 직원의 43%)에 대해 성과보수 20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또 다른 증권사는 부동산 PF담당 임원에 대해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성과보수 3억원을 일시에 지급하기도 했다.

담당 업무의 투자성 및 리스크 존속 기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불합리한 지급 관행도 확인됐다.

특히, 점검대상 17개 증권사 중 11개사는 성과급 이연 지급 대상 전원에 대해 3년간 이연 지급했고, 나머지 6개사는 임원에 한해서만 3년을 초과하는 기간동안 이연지급하는 등 리스크 특성과 무관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을 보였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성과보수 문제는 이에 앞서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부동산(대체투자 포함)부실에 따른 성과보수 환급·취소액은 ▲한국투자증권(21억2800만원) ▲메리츠증권(17억400만원) ▲하나증권(12억2800만원) 순으로 많았으며 4년간의 성과급 총액은 8510억원, 연평균 212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2년 금융투자사별 부동산 IB인력 및 성과급 지급 내역. 표=이용우 의원실
2019~2022년 금융투자사별 부동산 IB인력 및 성과급 지급 내역. 표=이용우 의원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사항에 대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증권사의 단기 업적주의에 따른 과도한 리스크 추구를 차단하고, 장기성과에 기반한 성과 보수 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성과보수의 이연‧환수‧공시 등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해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한다.

김진석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1국장은 “부동산 PF 문제가 확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단기 성과에 치우친 증권사의 성과보수 체계에 있다고 보고 점검에 나섰다”며 “지배구조법 위반 사항을 확인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금융위원회 협의 하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성과보수 규제 체계. 표=금융감독원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성과보수 규제 체계. 표=금융감독원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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