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이수자와 함께하는 농심의 도전
전통과 라면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케잇데이
小木匠 손에 탄생한 과거와 현대의 조화
장애를 넘어 음악으로…辛나는心포니
농심시드로 열리는 문화·예술의 풍요로운 열매

사진=농심그룹 그래픽=김영재
사진=농심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농심은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농부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모든 일은 서두르지 않고 순리를 따를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뿌려진 씨앗과 정성스레 일구어진 밭은 내일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초석이다.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농심은 전통과 현재, 사람과 사회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지원으로 전통문화 활성화 나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컬처와 K푸드 열풍은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교민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 무형유산도 또 다른 K콘텐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농심 이병학 대표이사의 말이다.

농심은 얼큰한 소고기국 맛의 신라면과 된장을 기본으로 한 안성탕면 등 한국 전통 식문화를 활용한 제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특히 신라면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이루며 국내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다. 

이것의 연장선에서 국가무형유산 이수자의 활동 기반을 확대하고 그 가치를 제고하고자 2024년 총 3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식품 업계 최초의 시도다. 

지난 2월 농심은 경복궁에서 국립무형유산원과 ‘함께하는 K무형유산’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가무형유산 전승 체계는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로 나뉘는데, 이 중 이수자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등록된 7000여 명의 이수자 중 실제 활동 중인 인원은 30%인 약 2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농심은 이수자가 기획하고 주관하는 원데이 클래스 등을 통해 국가무형유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그 속에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담아냈기 때문”이라며 “K푸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가무형유산 이수자에게 여러 지원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전통과 라면의 이색 조화…“훨씬 멋스럽고 맛있어”

1982년 이래 소비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농심 육개장사발면. 무엇보다 한국 전통 사발 모양을 적용한 용기로 주목받았다. 당시 농심은 일본에서 주로 판매되던 컵 형태와 달리 한국인의 식문화에 익숙한 국 사발 모양을 본떠 1981년 농심 사발면을 선보였다. 손에 들고 먹는 컵라면이 아닌 상 위에 놓고 먹을 수 있는 사발 형태로 개발, 친숙함을 더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 8월 농심은 잠실 국가유산체험센터에서 농심이 후원하고 케이티풀이 주관한 케잇데이K-IT DAY ‘옻칠 식기로 즐기는 라면’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케잇데이는 한국K의 아름다움을 잇IT고자 마련된 체험형 전통문화 팝업 행사다.

올해 4월부터 농심 케잇데이는 국가무형유산 이수자와 함께 다양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며 총 16회 진행됐다.

▲소목장(이재웅 이수자) ▲화혜장(황덕성 이수자) ▲선자장(김대성 이수자) ▲채상장(김승우 이수자) ▲매듭장(박형민 이수자) ▲하회별신굿탈놀이(신준하 이수자) ▲칠장(안소라 이수자) ▲단청장(곽선혜·이원정 이수자) ▲자수장(이영분 이수자) ▲누비장(오인원 이수자) ▲조선왕조궁중음식(이종민 이수자) ▲조각장(김종욱 이수자) ▲두석장(김진환 이수자) ▲피리정악 및 대취타(김진구 이수자) ▲거문고산조(김지성 이수자) 등 각 분야의 이수자가 참여했으며, 미니 장구 만들기 등의 활동도 포함됐다.

15일 서울 송파구 국가유산체험센터에서 열린 케잇데이 ‘옻칠 식기로 즐기는 라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옻칠 면기에 담긴 농심 라면을 먹고 있다. (2024.08.15) 사진=농심
15일 서울 송파구 국가유산체험센터에서 열린 케잇데이 ‘옻칠 식기로 즐기는 라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옻칠 면기에 담긴 농심 라면을 먹고 있다. (2024.08.15) 사진=농심

그중 ‘옻칠 식기로 즐기는 라면’은 안소라 칠장 이수자가 직접 만든 옻칠 면기와 젓가락을 활용해 농심 라면을 시식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나전칠기로 대표되는 한국 칠기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참가자들은 시식에 사용된 옻칠 식기 세트를 기념품으로 받아 일상에서도 전통 공예품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전통 그릇에 담긴 라면이 훨씬 멋스럽고 맛있게 느껴졌다”며 “우리나라 칠기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5년부터 케잇데이는 서울대 언어교육원 100여 개국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참가자들의 평균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9점을 기록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내부적으로도 이번 성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 굿즈로 국가무형유산의 선순환 모델 구축

이수자의 경제적 자립과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 농심은 전통 굿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수자가 직접 개발한 전통 굿즈를 통해 판매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전승 활동비와 새로운 굿즈 개발비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1차 연도인 2024년에는 체험형 전통 팝업 운영과 전통 굿즈 개발 및 판매에 각각 1.5억원씩 총 3억원의 기부금이 투입됐다. 이후 2차 연도부터는 팝업 운영에만 1.5억원을 쓴다. 전통 굿즈에 대해서는 판매 수익금을 재투자해 생산 및 지원 활동을 벌인다.

김형철 이수자의 국가무형유산 명품 에디션. 사진=농심, 케이티풀
김형철 이수자의 국가무형유산 명품 에디션. 사진=농심, 케이티풀

농심과 케이티풀이 협업해 개발한 첫 전통 굿즈는 김형철 소목장 이수자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번 굿즈는 카드 홀더, 소목 케이스, 오르골 키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헤리티지 보관함이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 보관함은 팔만대장경 제작에 사용된 산벚나무를 최소 5년간 건조한 뒤 나무 그대로의 섬세함을 살려 제작됐다. 뚜껑의 음각 포인트, 안정감을 더하는 다리 디자인, 작은 나무 조각을 끼워 맞춘 장식 등 높은 완성도가 돋보인다. 단 100개만 제작돼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형철 이수자는 “전통 가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느림의 미학이다. 그 과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간 혼자 작업을 이어 왔지만, 이번 ‘함께하는 K무형유산’을 통해 내 작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발달 장애인 음악단으로 ESG 경영 실천

농심은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부터 발달 장애인 음악단 농심신나는심포니를 운영하고 있다. 농심은 총 21명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이들의 안정적인 음악 활동을 지원 중이다.

창단 취지에 관해 농심 관계자는 “이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이 직업으로 연결된다면 보다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열린 농심신나는심포니 창단식에서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왼쪽부터 7번째)와 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5.17) 사진=농심
17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열린 농심신나는심포니 창단식에서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왼쪽부터 7번째)와 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5.17) 사진=농심

음악단은 피아노, 첼로, 기타, 색소폰, 드럼, 성악 등 다양한 파트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학교와 복지 시설, 지역 축제, 농심 사내 행사 등에서 매월 10회 이상의 공연을 열고 있다.

◆씨앗에서 시작하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붉은색은 밝고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상징한다. 더불어 제품에 담긴 인간의 정성을 표현하는 농심의 대표 색상이다. 

농심은 앞으로 씨와 종자를 형상화한 심볼인 농심시드農心本처럼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씨앗을 심고 열매를 맺는 생명의 근본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인생을 맛있게’라는 슬로건 아래 음식을 바탕으로 한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무형유산, 음악,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케나스] 목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집이란?
금호의 목요일 밤은 언제나 아름답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옆 예술관
퍼슨 위드 디스어빌리티가 부르는 ‘효성의 꿈’
엔씨소프트, 게임을 뛰어넘어 문화를 플레이하다
재능교육도 안도 다다오도 있는 혜화동 그 길
여의도동 34-8 신영증권 1층엔 비밀의 방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달항아리도 건축이 될 수 있을까?
LG생활건강, 더후로 ‘반짝반짝’ 완성한 메세나 호혜성
1년, 2년, 벌써 15주년…현대약품 아트엠 콘서트의 연륜
“마음 별 나누는 곳”…이어령도 告한 신세계프라퍼티 별마당
충북 음성에서 서울까지…한독, 창립 70주년 개관 60주년
청조 이인희의 ‘청춘’, 한솔 뮤지엄산에서 꽃피다
“발 빠른 신한카드”…새롭고 꾸준한 문화 오디세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
샘표 메세나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네
코오롱, 스페이스K로 마곡에 바람바람바람 일으키다
예술을 만끽하고 싶은 날이면 현대백화점에 가야 한다
스타벅스코리아, 예술과 전통과 인의의 별빛메세나
햇살 같은 메세나…에쓰오일, 서울도 울산도 10년 이상이 기본
예술이 걸리는 곳, 노루페인트 컬러 DNA가 숨 쉬는 곳
박카스는 피로 회복, 동아제약 메세나는 문화·예술 회복
29년째 부국제…부산은행, 향토 메세나로 수도권 도전장
국악과 미술에 ‘더 기프트’, 메트라이프생명의 남다른 선택
게임도 이제 문화다, 넷마블이 만드는 색다른 문화 판타지
하트원에서 예술을, 뮤지컬에서 경제를, 이게 하나은행 풀코스
대교, 눈높이 교육에 예술을 더하니 세상이 달라진다
토닥토닥…예술로 힐링하는 바디프랜드의 특별한 선율
롯데장학재단, 외손녀 장혜선 손끝에서 피어나는 신격호의 꿈
‘클래식’한 면사랑의 맛, 나눈 만큼 깊어진 삶
티켓값? 그런 거 몰라요…무료로 즐기는 ‘이건’ 클래식 축제
워킹맘 꿈에 날개를…동서문학상이 건넨 희망의 커피 한 잔
낮에도 저녁에도, 한화생명이 그리는 음악의 풍경
―사나이 울리던 농심, 바야흐로 전통문화로 인생을 울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