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토닥토닥앙상블
미술도 아우른 도전…라운지가 갤러리로 탈바꿈
“활기찬 문화·예술 활동 누릴 수 있게 힘쓸 것”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매주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정거장 앞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그날, 공기가 달랐어요.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예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근처 매장에서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무슨 행사냐고 물었더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료 공연이라고 하셨어요. 모처럼 가진 일상의 휴식이었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국내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 인구는 258만9047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비율은 35.4%, 고용률은 34.0%, 실업률은 3.9%에 이른다. 특히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인구 대비 29.3%p 낮으며, 발달 장애인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27.2%, 고용률은 26.2%로 나타났다. 장애인 취업자 중 71.8%는 임금 근로자이며, 실업자 98%가 이 유급 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이같은 사회 문제에 주목했다. 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 아트위캔과 협력해 장애인 밴드인 토닥토닥앙상블과 함께 사내 공연 ‘이음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직원들에게 치유와 감동을 주는 바이올린, 첼로, 보컬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라운지 작은 음악회’를 기획해 서울 공덕라운지와 은평라운지에서 소규모 공연도 개최하고 있다. 고객뿐만 아니고 인근 주민에게도 허락된 열린 공연으로, 회사가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작은 소소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한 임원이 뉴스에서 장애인 연주자의 인터뷰를 보고, 그들을 초청해 공연을 열자는 제안이 출발점이 된 것이다. 이후 바디프랜드는 2021년 3월부터 아트위캔 소속 연주자를 고용, 현재 13명의 단원이 함께하고 있다. ‘토닥토닥앙상블’이라는 이름은 임직원으로부터 직접 아이디어를 공모해 선정했다. 안마의자가 몸을 ‘토닥토닥’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연주단 음악 역시 인간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음 콘서트는 지난 8월까지 17회째 진행됐으며, 이는 단순 일자리 창출을 넘어, 기업 내 문화 연대를 증진시킨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관계자는 “연주자분들께서 단 한 곡이라도 수개월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신다”며, “그만큼 수준급 연주를 보여 준다는 평을 듣는다”고 밝혔다.
바디프랜드는 이 외에도 한때 ‘아트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적극적으로 병행했다. 먼저 본사에는 김남표·김영주·김우진·소현우·이동욱·함도하 등 작가 15명의 작품 5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우리 동네 미술관을 콘셉트로 한 ‘헬로 아트Hello Art’ 프로젝트는 일부 라운지를 아트 갤러리로 탈바꿈시켰으며, 전문 작가의 아트 클래스를 제공하는 등 시민과의 접점을 넓힌 바 있다.
‘천년의 약속’전展은 고객의 예술 참여를 통한 건강 수명 연장 및 아트 라이프 실현에 앞장섰던 당시 바디프랜드 아트 랩Art Lab이 주도한 두 번째 특별전. 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가 자문과 작품 후원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한국고미술협회가 기업과 협업을 진행한 최초의 경우로 주목받았다. 고려청자상감연화학문매병과 백자달항아리를 비롯, 궁중주칠삼층책장, 조선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대표 고미술 작을 선보이며 박물관 못지않은 수준급 전시가 완성됐다.
‘그레이트 코리아: 선구자’전에서는 백남준 작가의 미공개작 ‘비디오 월드21Video World 21’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예술인의 선구안이 담겼다는 평가와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알렸다. 바디프랜드 큐레이터는 “백남준 작가는 미술과 과학의 벽을 무너뜨리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실험을 시도한 아티스트”라며, “바디프랜드 또한 그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로봇 기업’이 회사의 비전인 바디프랜드는 앞으로 이와 연관된 문화·예술 활동의 영역을 새로 개척하고, 더욱이 대중이 쉽게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에 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문화와 예술 활동은 심신을 재충전해 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사회 구성원과 임직원이 건강하고 활기찬 문화·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메세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겠다”고 전했다.
[마이케나스]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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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의 목요일 밤은 언제나 아름답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옆 예술관
―퍼슨 위드 디스어빌리티가 부르는 ‘효성의 꿈’
―엔씨소프트, 게임을 뛰어넘어 문화를 플레이하다
―재능교육도 안도 다다오도 있는 혜화동 그 길
―여의도동 34-8 신영증권 1층엔 비밀의 방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달항아리도 건축이 될 수 있을까?
―LG생활건강, 더후로 ‘반짝반짝’ 완성한 메세나 호혜성
―1년, 2년, 벌써 15주년…현대약품 아트엠 콘서트의 연륜
―“마음 별 나누는 곳”…이어령도 告한 신세계프라퍼티 별마당
―충북 음성에서 서울까지…한독, 창립 70주년 개관 60주년
―청조 이인희의 ‘청춘’, 한솔 뮤지엄산에서 꽃피다
―“발 빠른 신한카드”…새롭고 꾸준한 문화 오디세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
―샘표 메세나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네
―코오롱, 스페이스K로 마곡에 바람바람바람 일으키다
―예술을 만끽하고 싶은 날이면 현대백화점에 가야 한다
―스타벅스코리아, 예술과 전통과 인의의 별빛메세나
―햇살 같은 메세나…에쓰오일, 서울도 울산도 10년 이상이 기본
―예술이 걸리는 곳, 노루페인트 컬러 DNA가 숨 쉬는 곳
―박카스는 피로 회복, 동아제약 메세나는 문화·예술 회복
―29년째 부국제…부산은행, 향토 메세나로 수도권 도전장
―국악과 미술에 ‘더 기프트’, 메트라이프생명의 남다른 선택
―게임도 이제 문화다, 넷마블이 만드는 색다른 문화 판타지
―하트원에서 예술을, 뮤지컬에서 경제를, 이게 하나은행 풀코스
―대교, 눈높이 교육에 예술을 더하니 세상이 달라진다
―토닥토닥…예술로 힐링하는 바디프랜드의 특별한 선율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