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코어 재미는 유지하고 피로도는 낮추고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이 오는 10월 7일까지 ‘턴제 RPG 페스타’를 연다. 행사 기간 동안 ‘다키스트 던전’과 ‘옥토퍼스 트래블러’ 시리즈 등 인기 턴제 RPG(역할수행게임)들을 할인가에 구매하고, 또 시장에 항후 공개될 신작 턴제 RPG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행사가 별도로 열렸다는 건 턴제 RPG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턴제 RPG는 지난해 출시된 ‘발더스게이트3’를 필두로 숱한 명작들이 탄생한 장르이다. 다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차별성 없는 게임은 쉽게 묻히는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국내 게임 개발사가 있으니. 주인공은 ‘창의성’과 ‘소통’에 방점을 둔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이들은 이번 ‘턴제 RPG 페스타에서 신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Lost Eidolons: Veil of the Witch, 이하 위선의 마녀)’의 새 체험판을 공개했다.

‘위선의 마녀’는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2022년 출시했던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원작은 정통 턴제 RPG의 재미를 잘 구현하며 준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게임이 지나치게 하드코어한 나머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다.

원작이 갖고 있던 다양한 전략적 요소들을 고스란히 잘 이식해왔다. 예컨대 평지에 물속성 공격을 하면 웅덩이로 바뀌는데, 해당 지형에 있는 유닛들을 또 번개 속성으로 공격하면 광역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원작이 갖고 있던 다양한 전략적 요소들을 고스란히 잘 이식해왔다. 예컨대 평지에 물속성 공격을 하면 웅덩이로 바뀌는데, 해당 지형에 있는 유닛들을 또 번개 속성으로 공격하면 광역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위선의 마녀’는 이러한 원작의 무거움은 덜어내고 보다 보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이 부분이 가장 확연하게 느껴지는 점은 바로 전투다.

원작의 전투는 한 번에 1시간까지 소요될 정도로 호흡이 길었고, 그렇다 보니 게임에서 오는 피로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에 반해 ‘위선의 마녀’는 전투의 속도나 템포가 상당히 빨라졌다.

반면 원작 고유의 전략적인 재미는 고스란히 잘 이식해왔다. 무기·방어구 간 상성부터 시작해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적 요소들, 그리고 마수를 공략하기 위한 약점 타일까지 매 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무거움을 덜면서 부족해진 깊이감은 로그라이트(사망 시 초기화되는 로그라이크 기반에 일부 재화만 계승되는 방식) 요소로 보완했다. 매 출정마다 동료들의 스킬이나 무기를 어떻게 조합할지, 또 갈림길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선택의 재미’가 돋보인다.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머리를 싸맸지만 끝내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한들 걱정하지 마시라. 획득한 ‘불꽃의 잔재’를 활용해 영구적인 능력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임 ‘하데스’의 ‘밤의 거울’을 연상케하는 이 시스템 덕분에 반복해서 도전한다면 누구나 최종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혹은 로그라이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항상 맞닥뜨리게 될 갈림김들.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역시 ‘선택’이 재미있는 게임이다.
로그라이크 혹은 로그라이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항상 맞닥뜨리게 될 갈림김들.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역시 ‘선택’이 재미있는 게임이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개발사다. 디스코드를 살펴보면 이용자들과의 깊은 피드백은 물론 간단한 대화도 심심찮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김진상 디렉터도 ‘턴제 RPG 페스타’ 기간 중 실시간 Q&A를 진행하고 글로벌 게이머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인 체험판 역시 지난 테스트 때의 피드백들을 상당 부분 적용한 결과물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개편했던 초상화 아트를 전면 폐기하고, 다시 처음 스타일로 회귀하기로 결단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여기에 성우 추가 등도 계획 중에 있다.

만약 ‘턴제 RPG 페스타’에서 즐긴 ‘위선의 마녀’ 체험판이 취향에 맞다면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개발 여정에도 참여하는 것을 권해본다. 게임은 연내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를 진행한 후 내년 PC·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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