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당국·중국 공급망 교란과 시장 왜곡 가능성 염려
미국의 경제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관련해 서구권과 각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MBK파트너스가 세계 최대 아연 제련소를 보유한 고려아연을 인수할 때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현지 시각)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기된 17억달러(2조 2304억원) 규모의 인수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최대 아연 제련소를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가 대립 중”이라며 “인수전의 핵심은 울산에 있는 온산 제련소”라고 보도했다.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는 매년 64만 톤 이상의 아연을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아연 생산량을 자랑한다. 아연은 철강재 보호 피막으로 사용되며 강판과 철선, 철 구조물 등의 소재에 도금용으로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아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 제련소들이 차지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의 핵심 시설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뿐아니라 서구권에서도 중국 자본·기업과 연관이 있는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WSJ은 “서구권 당국은 중국이 혼란을 이용해 원자재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과잉 공급으로 시장을 왜곡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여론을 전달했다.
특히, WSJ은 약 2년 전 한국을 포함한 미국 우방국들이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체결한 점에 주목했다.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체결한 자유 진영의 핵심 광물 협약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 진영의 노력에도 아연뿐 아니라 ▲니켈 ▲코발트 ▲리튬을 포함한 전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지속해서 유지·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적대적 M&A의 중요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부터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하면 해당 니켈 제련소도 중국 공급망에 포함될 수 있어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더욱더 강화될 수 있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다.
WSJ은 호주 시드니대학교 미국 연구센터의 경제 안보 책임자인 헤일리 첸너가 “중국이 전 세계 핵심 광물회사를 매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점도 함께 알렸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한 셈이다.
이러한 국내외 우려에 대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중국 투자자 비중은 약 5%이고 MBK파트너스는 한국 기업을 중국에 매각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WSJ은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가 있는 울산에선 중국 자본 유입에 반대하며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조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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