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영풍·MBK의 인수 시도 규탄
“투기세력 손잡은 장형진, 부끄럽지도 않나”
지난 40여 년간 회사에 몸담아온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부디 우리와 함께 고려아연을 지켜달라”라고 호소했다.
24일 이제중 부회장은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핵심 기술인력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MBK 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자리에 섰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철금속은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기간산업”이라면서 “그런데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의 기술, 미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돈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우리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면서 “우리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이차전지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을 거론하며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들께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영풍의 경영진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라며 “저들과는 절대로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기술, 우리의 노하우, 우리의 50년 역사가 저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1949년 황해도 출신인 고(故)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가 동업으로 시작해 3대째 75년 동안 동업 관계가 이어져온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으로 대표되는 두 집안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됐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행보를 ‘투기세력의 적대적 M&A’로 규명하는 한편, MBK파트너스와 영풍측은 ‘경영권 강화 목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