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 기반 지역 화폐…생활 곳곳서 누리는 결제 혜택
착한가격업소 추가 5%…온시장·플러스샵 눈길
국공립 사용 제한 및 고령층 낮은 인지도…과제 남아
국비 지원 확대로 인센티브율 상향…지속 가능한 제도 모색
지난달 30일, 청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터미널 편의점에서 2300원짜리 음료를 결제, 161원이 인센티브로 적립됐다는 알림이 곧 휴대전화에 뜬다. 정확히 7%였다.
눈앞에서 적립 과정을 확인하는 이 순간, 단순한 소비가 작은 보상으로 이어지며 남다른 ‘재미’가 생겼다.
청주페이는 청주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입한 모바일 앱 기반의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종이 상품권 대신 IC 카드로 발급되며, 만 14세 이상이면 국민 누구나 발급 가능하다.
가맹점 범위도 넓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 생활 밀착 업종에서 대부분 결제가 가능하고,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환급할 수 없도록 설계해 일명 ‘카드깡’ 같은 부작용도 막고 있다.
2019년 12월 첫 발행을 시작, 기존에는 충전하면 바로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선불형이었으나, 지난해 6월부터 후불형으로 방식이 바뀌었다.
기자는 청주페이 앱에서 카드를 신청했고, 서울로 배송받았다. 특히 실제로 써 보니 기존 카드와 비교해 불편함이 크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카페에서도 사용은 무난했다. 다만 매장 입구에 청주페이 스티커가 없어 결제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커피와 쿠키로 8700원을 결제하자 또다시 인센티브 알림이 떴다. 이번에는 앞선 인센티브 161원이 차감된 8539원에서 7% 인센티브 598원이 발생했다. 청주페이 앱에서 인센티브 선사용을 자동·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어 활용법이 직관적이었다.
생활용품 구매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집에 충전기를 두고 오는 바람에 다이소를 찾았다. 청주페이 앱에서 ‘다이소’를 검색해 그중 청주페이 가맹점인 곳을 확인했다.
5000원짜리 USB-C 충전기를 결제하자, 7% 인센티브가 다시 적립됐다. 다음 날에는 올리브영에서 6900원 마사지팩을 구입했다. 청주페이 앱 가맹점 리스트 매장이고 결제도 문제없이 이뤄졌다. 이 또한 7% 인센티브를 돌려받았다.
다만 관내 모든 매장에서 청주페이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준대규모점포, 직영점은 물론, 유흥·사행업소와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업체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또 사업자 등록지가 청주가 아니거나, 점주가 굳이 가맹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경우에도 결제가 불가능하다. 청주시 관계자는 “가맹 여부는 자율에 맡겨져 있어 업주가 신청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숙소 결제에 차질이 있었다. 조사 없이 들른 첫 번째 모텔에서는 가맹점이 아니라며 청주페이 결제를 거절당했다.
그제야 청주페이 앱에서 가맹점 숙소를 직접 검색, 아울러 프런트에 연락해 가맹 확인을 마치고 난 후에야 숙소행 택시에 몸을 실었다.
숙박비 7만 5000원에서 다이소 인센티브 341원을 제하고, 7만 4659원 중 5226원이 인센티브로 돌아왔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숙소에서 먹는 배달 음식이다. 땡겨요 같은 배달 앱도 청주페이 가맹점과 연동돼 있다. 신전떡볶이와 빽다방 배달 주문 시에도 각각 7%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청주시가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한 한 칼국숫집을 방문했다. 착한가격업소의 경우 청주페이 7% 인센티브에 5% 인센티브가 추가로 더해진다.
칼국수에 만두까지 더해 1만 3000원을 결제하자, 총 12%에 달하는 1500원가량이 인센티브로 적립됐다. 그 전 인센티브인 455원을 제한 12545원 중 7% 인센티브인 878원과 착한가격업소 5% 인센티브인 627원을 결제 즉시 돌려받았다.
“청주페이 때문에 손님이 전보다 더 늘었냐”는 질문에 60대 사장 A씨는 “원래 동네 장사라 크게 체감은 못 한다”면서도 “10명 중 2명은 청주페이를 쓴다”를 답으로 건넸다.
청주페이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자체 온라인 플랫폼에도 적용된다.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 ‘온시장’(2024년 1월 개설)과 청주시 소상공인 온라인몰 ‘청주페이플러스샵’(2024년 3월 개설)이 대표적이다.
서울로 돌아와 온시장에서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새우젓 섞박지를, 청주페이플러스샵에서는 남매 후계농이 운영하는 수제 요거트를 주문했는데 모두 문제없이 청주페이로 결제가 진행됐다. 인센티브 또한 돌려받았다.
다만 청주에 위치한 국공립 미술관은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가 목적인 제도 취지상 청주페이 가맹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직접 결제를 시도한 결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시립미술관 모두 청주페이 결제가 불가능했다.
반면 사설 미술관은 사업자 신청을 통해 가맹점 등록이 가능하다. 최근 청주시 측은 기자 제보에 따라 운보의집 및 쉐마미술관에 관련 안내를 전달했다. 담당자 확인을 거쳐 청주페이 가맹 등록이 진행될 예정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70대 택시 기사 B씨는 “청주페이에 대해 소개가 된 게 별로 없다. 소비자도 그렇고 업주들도 인식이 부족하다”며 “어디서 카드를 발급받고 어떻게 쓰는지 안내가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우 경제활동인구보다 수입이 적고 자녀에게 용돈을 받는 경우도 많아 청주페이 사용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 사용법을 간편히 확인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년 기준, 청주페이는 4만 2409개 가맹점 및 49만 814장의 카드 등록수를 확보했다. 청주시 총인구가 약 88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단순 계산으로 청주시 인구 50% 이상이 청주페이를 사용 중인 셈이다.
당해 주 사용 업종은 음식점(35.4%), 편의점·슈퍼·마트(17.8%), 학원·교육(15.7%), 의료·보건(9.8%) 순으로 집계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대다수 시민이 먹거리와 자녀 교육 등을 위주로 청주페이를 쓰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업종이 가맹점에 등록할 수 있도록 상인회 등을 통해 청주페이를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관광객 대상으로도 청주페이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옥화자연휴양림 등 체류형 관광지 평일 숙박객에게 결제액의 30%를 환급해 주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입소일 익일 지급 처리돼 이를 지역 내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인센티브는 기존 7%에서 13%로 지난 9월 1일부터 크게 늘어났다.
중앙 정부의 지역 화폐 발행액 대비 국비 지원 비율이 2%에서 8%로 6%p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국비 2%·지방비 5% 비율에서 국비 8%·지방비 5% 비율이 됐다.
가령 착한가격업소 결제 시에는 13%에 5%가 더해져 최대 18%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8월까지는 월 최대 30만원 사용 금액의 7%인 2만 1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13%로 늘어나 최대 3만 9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월 13억원이던 국비·지방비 합산 예산도 청주페이 사용량 증대를 예상해 70억원 규모로 확대 운영된다.
시는 2024년까지 인센티브 지급에 1566억원을 투입했으며, 그 결과 누적 발행액이 2조원에 달했다. 투입 예산의 약 13배가 지역 내에서 소비됐다.
향후 목표로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페이 할인 지원 발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국비 지원이 의무화가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예산과 지방비를 최대한 확보, 많은 소상공인과 시민에게 힘이 되는 따뜻한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