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은 대부분 씁니다. 관광객들은 몰라서 잘 안쓰죠”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주 ‘황리단길’의 한 상인은 방문객 대다수가 지역화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 특화 지역의 저조한 지역화폐 사용 현황에 대해 말했다.
경주 사방을 망라해 대부분의 상가가 경주페이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현지인에 국한된다는 지적이다.
기자는 관광객 입장에서 경제페이 사용의 편의성을 체험해보기 위해, 지난 8월 온라인으로 경주페이카드를 신청했다. 경주페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드 발급을 신청했으며, 서울지역까지 5일만에 우편물이 도착했다.
경주시는 2020년도 6월부터 일반시민대상 경주페이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는 만14세 이상 누구나 카드발급을 신청할 수 있으며, 첫 발급비용은 무료다.
카드 수령 후 경주페이 앱에 등록하고 은행계좌와 연동해 충전할 수 있다. 이번달 기준 월 기본 충전한도인 70만원까지 사용금액의 13% 캐시백(최대 9만1000원)이 지급된다. 사용금액의 30%(전통시장 40%)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통상 처음 발을 들이는 곳은 황남동이다. 기자 역시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KTX를 통해 경주역에 도착, 시내버스를 통해 20~30분가량 이동해 황남동에 도착했다. 황남동은 경주시의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황리단길을 비롯해 대릉원, 천마총,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다양한 유적지가 밀집해 있다.
이른 저녁시간대 황리단길에 발을 들이면 북적이는 관광객들과 좌우로 빼곡하게 들어선 이색적인 상점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처음 방문한 곳은 경주의 명물인 한 '십원빵' 가게였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여러 간식 매장에서도 자연스럽게 경주페이를 결제할 수 있었다.
이후 식당가와 카페 등 기자가 둘러본 모든 곳에서도 경주페이 사용이 가능했다. 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 한 종업원은 “경주 시내 구역은 유동인구 상당수가 관광객이다보니 경주페이를 결제하는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은 대부분 경주페이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대릉원에서 첨성대, 동궁과 월지로 이어지는 관광객 필수 코스를 걸었는데, 도중 지역 명물인 경주빵도 경주페이로 구매할 수 있었다.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오락거리에 해당하는 ‘가챠샵(경품뽑기)’을 마주쳤는데, 카드결제가 가능한 일부 기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주페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경주 시내지역과 숙소가 위치한 비교적 외곽지역까지 대부분의 상점에서 경주페이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사용이 제한됐으며, 동궁과 월지, 불국사 등 일부 유적지의 입장료도 페이 지불이 어려웠다.
일부 제한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지역경제를 대표하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경주내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경주페이에 가맹돼 있어 사용처가 아닌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캐시백 포인트도 결제 즉시 적립돼 경주페이 앱을 통해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었다. 혜택을 받는다는 효능감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관광객으로서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환불조건이다. 충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나머지 잔액을 은행계좌로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기자 역시 경주페이에 10만원을 충전해 1박 2일 여행을 시작했지만, 6만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아 막바지에는 만화카페도 들르고, 기념품으로 경주 찰보리빵도 구매해 환불 조건을 맞췄다.
이번에 경주를 찾은 한 관광객은 “지역화폐의 혜택이 이정도로 큰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반드시 활용했을 것”이라며 “다음 여행때는 미리 경주페이카드를 발급받아 활용해야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