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JKL파트너스가 최근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를 인수하고 ▲인력 구조조정 ▲부동산자산 매각 등 단기수익 극대화 전략에 나섰지만,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채 투자 손실만 누적됐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금융사는 12곳으로 ▲롯데카드 ▲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이 거론된다.
롯데카드는 2022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혔던 하나금융, KT와의 시각 차이로 무산됐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며 2년 만에 롯데카드 경영권 재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우리금융이 불참하면서 매각도 좌초됐다. 재매각 의지가 있던 JKL파트너스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을 결정, 이후 M&A시장에 잠재 매물로 표류하고 있다.
양사는 과거 2019년 롯데그룹에서 떨어져 각각 JKL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롯데그룹이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면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자본 분리) 원칙을 적용받게 돼 금융 계열사 처분에 나서면서 사모펀드 품에 안겼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가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계열분리에 앞장선 대표 사례로 꼽힌다.
◆ “구조조정‧자산감소…노동시장 불안정성 야기” 지적
롯데카드‧손보는 사모펀드에 넘어간 후로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숱하게 겪었다. MBK파트너스가 내건 ‘5년 고용보장’ 약속은 단 1년 만에 잊혀졌다. 조좌진 전 사장 체제에서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면서 롯데카드는 1649명(2019년)이던 임직원(비정규직 포함)을 1년 만에 262명 감축했다. 이후 1564명(2023년)까지 꾸준히 직원 수를 늘려왔지만, 대규모 인력조정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또한, 롯데카드는 대규모 영업점포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6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백화점 내 카드센터 31곳, 법인고객 영업 4곳만 유지하고 기존 영업지점 34곳을 22곳으로 줄어 총 69개로 운영되던 영업지점을 57곳으로 줄였다. 순식간에 전체 영업점의 3분의 1이 날아갔다. 2023년 10월엔 영업지점 상위 조직인 6개 지역단을 모두 없애기도 했다.
롯데손보도 상황은 비슷하다.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당해 1680명(2019년)이던 임직원 수는 1년 만에 441명이 빠져 1239명(2020년)으로 줄었다. 당시 JKL파트너스에서 파견된 최원진 전 롯데손보 대표는 희망퇴직을 단행해 인원을 감축하고 점포 수를 축소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이후 ▲1232명(2021년) ▲1308명(2022년) ▲1259명(2023년) 등 비슷한 규모를 유지 중이다.
롯데손보는 2018년 147개던 점포수를 1년 만에 100개로 32%(47곳) 축소했다. 이어 2021년 1우러에는 전속채널 영업점을 기존 40곳에서 절반(18곳) 가까이 정리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고정 사업비 절감이 영업지점 축소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융권과 정계는 ‘이러한 경영 전략이 노동시장 불안정성을 야기시켜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8일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사모펀드는 인력감축과 자산매각을 가장 쉽게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이러한 역기능이 대두될수록 규제가 동반되고 시장이 위축될 것이다. 경영혁신, 기술개발, 성장지향 등 건전한 사모펀드 경영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조혜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사옥과 영업점 등 부동산자산을 매각한다”며 “이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요소이자 인위적‧자연발생적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를 사례로 들며 “구조조정 외에도 영업점 폐점으로 ‘근로조건 악화→노동인력 감소→필수인력의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장기적으로 경영 성장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이때 약화된 조직력은 사모펀드가 경영에서 손을 덴 이후에도 복구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 단기수익 추구 불구 ‘실적 부진’…‘골칫거리’로 전락
여러 가지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경영전략을 폈음에도,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가치를 제고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1~9월)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1025억원, 844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모두 전년보다 70%가량 역성장했다. 조(兆) 단위의 높은 몸값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나오며 재매각도 난항이 예고됐다.
양사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로 수년간 구조조정과 영업점 축소로 비용을 절감해 왔다. 그러나 정작 작년 한 해 동안 투자 실적 적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영업 위축 등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일각에선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양사의 매각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KL·MBK파트너스는 2조~3조원가량의 매각가를 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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