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유상증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사진=한경석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유상증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사진=한경석 기자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대상이자, 10일 기자간담회를 연 MBK파트너스에 대해 “영풍과 올해 초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논의를 시작했다는 보도에 해명하라”며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한 MBK 측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MBK 측도 “연초부터 영풍을 만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1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논의를 올해 초 시작했다는 의혹이 다수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K의 최고 경영진 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고,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을 거론하며, 착수나 논의 시점에 관한 설명이 담겼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며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의 해명을 요구했다. MBK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과 MBK가 2년 전 맺은 비밀유지계약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MBK 측은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MBK 파트너스의 ‘바이아웃’과 (소수 지분 투자나, 사모 사채에 투자하는)‘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은 분리돼 있으며, ‘차이니스월(금융투자사의 내부 유출 방지)’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가 차단돼 있고,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다수 언론이 지적하듯, 공개된 비밀유지계약 내용을 보면 서명 주체인 MBK홍콩 뿐 아니라, MBK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이 해당 비밀유지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차이니스월’을 언급한 해명이 의미가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올 초 논의가 이뤄졌다는 언론보도에서 보듯 새로 밝혀진 정황까지 더해질 경우 MBK가 고려아연과의 NDA 기간 중 영풍과 만나고, 적대적 M&A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판단이다.

MBK와 영풍은 양사가 언제부터 만났으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논의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었고, 경영협력계약에 대한 시장의 의혹이 갈수록 확산했다.

경영협력계약을 둘러싼 배임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넘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까지 나서 영풍이 MBK와 맺은 경영협력계약에 공개와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영풍은 물론 고려아연 주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협력계약에 대해 불투명 자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MBK가 국내 재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내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BK 측도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을 열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 간담회를 통해 “연초부터 영풍을 만나지 않았다”며 “비밀유지계약은 합의 기간 제공받은 정보에 대해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약속의 핵심인데 5월 종료한 이후의 일이라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