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TA 기준 아워홈 기업가치 6500억원 평가
LG계열 단체급식 중심…관계 끊기면 매출 감소
아워홈 “매각·상장 고민…상장에 더 무게감 실려”
아워홈이 구미현 신임 대표이사 회장 체제에서 경영권 매각과 상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경영권 매각과 상장의 동시 추진은 모두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국내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지난 22일 밝혔다. 아워홈은 오는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올해 안에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아워홈은 2022년부터 해외 진출과 푸드테크 기술 도입을 통해 헬스테크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아워홈 측은 “구자학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글로벌 아워홈’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 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앞으로의 실적과 수익성이 긍정적인 만큼 IPO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오너가 4남매가 지분 98%를 보유하는 비상장사다. 비상장사가 도약을 위해 상장에 나서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다만 상장 작업에 나서는 시점에서 주목된다.
아워홈 오너가가 경영권 분쟁을 빚는 가운데 지난 19일 오너가 장녀 구미현씨가 새롭게 회장직에 올랐다. 구 신임 회장은 지난 4월 17일 남편 이영열씨와 함께 사내이사에 오른 지 두 달 만에 회장직이 됐다.
구미현 대표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막내 구지은 전 대표 등 이사진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동시에 취임 인사말을 통해 경영권을 전문기업에 이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미현 대표는 “2016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회사 대내외 이미지 추락과 성장 동력 저하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경영권 매각 발표 이틀 후인 21일에 다시 입장을 바꿔 상장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IB(투자은행) 업계 안팎에서는 아워홈의 매각 과정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우선적으로 아워홈의 기업가치가 오너가와 IB업계간 눈높이 차가 크다.
구미현 대표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2022년에 지분 매각에 돌입했으나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매각 주관사였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아워홈의 몸값이 6500억원~1조원 사이에 책정돼 있다고 평가한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9835억원, 영업이익은 9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러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아워홈과 비슷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의 가치는 1조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시가총액은 1506억원, CJ프레시웨이의 시가총액은 2428억원으로 평가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주로 평가하는 기준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토대로 보더라도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6500억원에 못 미친다. 이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신세계푸드의 경우는 4700억원, CJ프레시웨이는 6700억원에 달한다.
M&A에서 동종업계 유사기업의 기업가치를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 기준은 유효하다. 이 때문에 2022년에 평가된 아워홈 기업가치 2조원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IB업계의 주된 평가다.
게다가 아워홈 정관에 명시돼 있는 우선매수권 제약사항도 매각에 걸림돌이 됐다. 우선매수권으로 인해 구 대표가 지분을 판다면 다른 주주들도 우선 매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인 형제들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지분 매각은 어렵다.
여기에 아워홈 오너가가 범 LG가에 속해 있어 경영 일선에서 빠지는 형태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매출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워홈은 이전부터 계열분리가 이뤄졌지만 매각 시 범 LG가에 속하는 GS그룹, LS그룹, LF그룹, LX그룹과 맺은 단체 급식 사업장 수의계약이 깨질 수 있다.
아워홈의 지난해 실적 중 단체급식 등 식음료 매출은 1조 1800억원대에 달하며 범LG가 거래 물량은 단체급식 물량의 약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아워홈의 매각이 여의찮고 자칫 매각시 사법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장으로 출구 전략을 마련한 모습이다.
상장을 통해 아워홈 오너가는 주식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상장시 공모가로 지분이 판매되는 만큼 오너가도 대주주 지위를 유지해 경영 참여도 가능하다.
아워홈 관계자는 “당초에 매각과 상장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상장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탄탄한 실적을 낸 만큼 상장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