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구본성·구미현 연합과 표 대결서 밀려
높아진 매각 가능성에 호실적·신사업 연속성 의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사진 중앙)이 지난 24일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임직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사진 중앙)이 지난 24일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임직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던 아워홈 경영 체계가 깨졌다. 아워홈 오너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힘을 합치면서 경영권을 이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아워홈이 구지은 대표 체제에서 연 매출 2조원 돌파, 푸드테크 등 신사업 육성에 집중해왔던 만큼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식품제조 유통과 단체급식, 식자재 등의 사업을 벌이는 아워홈은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을 논의했다. 그 결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씨가 새롭게 사내이사에 진입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다음달 3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로써 2021년 6월부터 아워홈을 이끌어온 구지은 부회장 체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전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최대주주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를 갖고 있다.

당초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2021년 6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 퇴진을 이끈 이들은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매였다. 이들이 합심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아워홈은 순항했다. 아워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9835억원으로 ‘2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43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아워홈의 실적 호조 이유로는 단체급식 사업 호조, 글로벌 사업 확대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푸드테크’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사업과 푸드테크 확대는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강조한 부문이다.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아워홈은 4대 비즈니스 모델(단체급식·식자재유통·외식·식품)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거점을 통해 국내외 소싱과 무역을 확대하고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아워홈의 구독형 건강관리 서비스 ‘캘리스랩’, 빅데이터를 통한 식수 예측 시스템, 완전 자동화세척시스템 개발, 아워홈 미국 법인의 확대세 등이 구지은 부회장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구지은 부회장 체제가 깨지게 되면서 아워홈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워홈 본사 전경. 사진=신용수 기자
아워홈 본사 전경. 사진=신용수 기자

게다가 아워홈의 전략 수정뿐만 아니라 경영권 분쟁 재발, 사모펀드 매각 등의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지난 2021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한 협약으로 법적 분쟁이 빚어질 가능성은 높다.

구미현씨가 구본성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사실상 협약을 어기는 셈이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구미현씨에게 부과될 위약금이 최대 1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올해 초 법원에서도 해당 협약서가 아직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게다가 구미현씨가 앞서 오빠와 동생 사이를 오가며 편을 든 행보를 고려해 장남-장녀 연대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워홈의 매각 가능성도 체제 변화에 따라 높아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물밑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아워홈 경영권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아워홈 전체 지분의 57.84%에 달한다.

아워홈이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로 탄탄한 실적을 내온 만큼 매각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기업과 사모펀드 사들이 여럿 등장할 전망이다.

한편 구지은 부회장을 이을 신임 대표이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워홈은 이날 이후 이사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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