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영풍과 고려아연이 내달 정기주주총회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영풍의 배당 관련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선언이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늘리기에 방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영풍그룹의 총수 장형진 고문은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기타 비상무이사다.

외형적으로 보면 장형진 고문은 본인과 가족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풍을 통해 장형진 고문 본인이 이사회 멤버로 있는 기업에 대해 칼날을 겨누는 ‘주총 표대결’의 중심에 있다.

핵심 쟁점인 배당 이슈를 놓고 양사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사의 경영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영풍 장 회장이 이 사태를 방관하는 것도 추가적인 현금 확보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늘림으로써 결국 고려아연의 경영권 장악을 위한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향후 10년간 연평균 10%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약 11.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포함됐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과도한 배당요구를 수용하면, 세계 1위 제련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고도화와 시설보수, 그리고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보건개선 로드맵 실천을 위한 투자는 물론,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다.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인 장 고문 역시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럼에도 본인과 가족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풍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표대결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늘리기를 계속해온 영풍과 장 씨 일가의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주가가 하락해야 고려아연 주식을 더 싸게,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영풍 쪽에서 모를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영풍그룹의 장형진 전 회장과 그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은 계열사 씨케이, 에이치씨, 시네틱스,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등을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고려아연의 지분 약 2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장형진 일가가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을 위해 장내 매수한 건수는 1년간 166건에 달했다. 장이 열리는 240일을 기준으로 1.44일에 한번 꼴로 장내매수를 진행한 셈이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장씨 일가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배당금은 늘어나고, 주가는 하락해야 지분 늘리기에 최적인 상태일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그룹 계열사의 고려아연 보유 주식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영풍그룹 계열사의 고려아연 보유 주식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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