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자금조달 강화…중소형 쏠림 우려
한투 “발행어음 경험 살려 안정적 운용”
금융당국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면서 초대형 증권사 중심의 자금조달 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혁신기업 투자 확대 등 자본시장 활성화가 기대되는 반면 높은 자본 요건으로 대형사 쏠림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7월 접수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증선위는 이와 함께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도 처리했다.
금융위는 이달 내 정식 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인가는 증권업계가 8년간 기다려온 IMA 제도가 본격 가동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 30조 조달 여력 확보…IB 경쟁력 강화
IMA와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원금을 보장하며 자기자본 대비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8조원을 넘는 미래에셋증권(10조6197억원)과 한국투자증권(10조5216억원)은 각각 3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잔고만 17조6052억원(지난 3월 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기간 91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인가로 대형 증권사들이 인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금융 주관과 인수합병 자문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IB(기업금융) 부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자기자본(별도 기준 10조3238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자본비율(NCR) 지표 역시 2952.17%로 업계 최상위 수준의 리스크 관리 지표를 기록 중”이라며 “발행어음 운용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에 맞춰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모험자본 25% 공급 의무…혁신기업 투자 확대
당국은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모험자본에 의무 공급하도록 했다.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내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확대된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 및 주식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매입, 벤처 캐피탈 투자 등이 포함된다.
부동산 운용한도는 현행 30%에서 2027년 10%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진다. 당국은 부동산에 편중된 증권사 자금을 모험자본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IMA·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2030년 말까지 161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의무 투자 비중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30조~40조원을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벤처·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며 “이번 제도가 중소·벤처·첨단 기업의 자금조달을 촉진하고 자본시장 역동성 강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자본 요건 높아 대형사 중심 구조 고착 우려
자기자본 요건이 8조·4조원에 이르는 높은 진입 장벽 탓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구조적으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 이에 따라 사업 기회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발행어음 인가 역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만 받을 수 있어, 현재 키움증권을 포함한 5개사만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부터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하고 단계적 지정 원칙을 도입했다. 자기자본 요건은 연말 결산 기준으로 2개 회계연도 연속 충족해야 하며, 3조원 규모의 종투사 운용 이후 2년간의 영업 실적을 쌓은 뒤 4조원 규모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최소 2년 이상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해야 8조원 규모 IMA 영업을 허용받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자본 요건이 대형사 위주 진입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며 “자본력 격차가 조달 능력과 수익성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소형사 지원책과 경쟁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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