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단골 공공기관의 민낯 드러나
조직문화·지배구조, 근본적 개혁 시급

“공영홈쇼핑은 이번에도 국정감사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버티면서 퇴보해서는 안된다. 뼈를 깎아내는 개혁이 필요하다.”

지난달 23일 공영홈쇼핑을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를 지켜본 한 전직 직원의 말이다. ‘국내 유일 중소기업 판로지원 홈쇼핑’이라는 공공기관이 국감 단골손님으로 불려 비판받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전한 것이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상품 및 농축수산물의 홍보와 판로개척을 지원함으로써 합리적 소비문화와 국민경제 견인의 선순환 생태계 구현’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그러나 설립 목적과는 달리 해마다 반복되는 각종 논란으로 공공기관의 책무를 잊은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국감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영홈쇼핑은 쇼호스트 불법촬영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공영홈쇼핑 소속 쇼호스트 A씨가 회사 내 탈의실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동료 B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이후 B씨가 퇴사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그 후 A씨를 향한 집단적 따돌림과 2차 가해가 이어졌고 논란은 오히려 확산됐다.

문제는 공영홈쇼핑의 뒤늦은 대응이었다. 공영홈쇼핑은 A씨가 정식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자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뒤늦게 노무 상담과 시설 개선, 분리 조치 등을 시행했지만,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회사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오히려 피해 사실이 가해자에게 전달돼 괴롭힘이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영주 대표 직무대행이 국감장에서 뒤늦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나서야 나온 조치였다.

공영홈쇼핑 내에서 쇼호스트 불법촬영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이 김영주 공영홈쇼핑 대표 직무대행(사진 오른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공영홈쇼핑 내에서 쇼호스트 불법촬영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이 김영주 공영홈쇼핑 대표 직무대행(사진 오른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인권과 노무 문제를 넘어 공영홈쇼핑 내부의 조직문화 부재와 책임 회피 구조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다. 쇼호스트 간의 왕따와 내부 괴롭힘은 “프리랜서라 보호할 수 없다”는 기관 논리를 앞세운 결과였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문제로 국감 도마에 올랐다. ▲젖소 함유 불고기를 한우 불고기로 잘못 판매한 원재료 검증 부실 ▲특정업체에 방송 편성을 몰아준 내부 유착 의혹 ▲조성호 전 대표의 개인행사 직원 동원 ▲외주업체 접대와 향응성 해외출장 등 내부통제 부실까지 지적받았다.

국감 주제는 매해 바뀌었지만 본질은 같았다. 책임 회피와 관리 부재, 도덕적 해이다.

이쯤 되면 공영홈쇼핑의 국감은 연례 정기 진단에 가깝다는 냉소와 조롱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게다가 리더십 공백까지 자리하고 있다. 조성호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퇴임한 이후 1년 넘게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조직 운영과 공공 신뢰마저 깨지며 방향성을 잃었다. 기강 해이, 방만 경영, 성과급 지급의 불투명성, 직원 간 형평성 논란까지 겹치며 내부 사기는 바닥을 쳤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책임지는지 모르는 조직”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판로 지원’이라는 공익 목표와 홈쇼핑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충돌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은 인지도와 품질 편차가 커 판매율이 낮고 반품률이 높다. 결국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마진 상품과 협찬성 방송에 의존하게 되고,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다.

공공기관형 조직이지만 민간 홈쇼핑과 경쟁해야 하는 탓에 의사결정은 경직되고 혁신은 더디다. 입점 과정에서 리베이트나 특혜 의혹이 반복되고 내부 통제는 공공기간 수준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공영홈쇼핑의 문제 해결은 대표 교체나 국감을 통한 지적 수준의 처방으로는 부족하다. 공영홈쇼핑의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독립적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공익형 유통 플랫폼으로 재편해야 한다. 공익과 수익을 구분한 이원적 운영모델, 디지털 기반의 투명한 심사체계, 프리랜서와 협력직을 포함한 인권 보호 시스템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고, 공공의 가치를 지탱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면 ‘공영’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국감이 끝났다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

공영홈쇼핑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다. 진짜 개혁은 국감 이후에 시작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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