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소상공인 전용’ 티커머스 채널 추진
홈쇼핑 역성장에 홈쇼핑·티커머스 업체 반발 거세
티커머스 라이브 방송도 추진…업계간 갈등 격화

한국방송학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에이드 CBD제니스홀에서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에이드 CBD제니스홀에서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코로나19로 반짝 실적을 낸 홈쇼핑 업계가 이커머스 시대를 맞아 업황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홈쇼핑과 티커머스(녹화 방송 중심 데이터홈쇼핑)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어 업계의 불안과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홈앤쇼핑의 대주주(32.8%)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러한 티커머스 채널 추진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티커머스는 TV를 통해 생방송하는 홈쇼핑과는 거의 흡사하지만 녹화방송 위주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규제 부문에서는 홈쇼핑과 동일하게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규제 사업’에 속한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 신설을 수년째 요구해왔다. 특히 홈앤쇼핑은 티커머스 사업권을 획득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더욱 확대하고 입점 중소기업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7개 TV홈쇼핑 중에서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을 제외한 5개사가 티커머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차원에서 티커머스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대기업 계열사 홈쇼핑사가 티커머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 위주의 티커머스가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기업 계열 티커머스 사와 중소기업 계열 티커머스 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티커머스가 이제는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 사업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티커머스는 상품 영상이 전체 화면의 절반을 넘을 수 없어 이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이 대폭 성장하면서 홈쇼핑 시장의 규모도 크게 줄고 있어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TV홈쇼핑 4사
TV홈쇼핑 4사

그러나 규제 완화를 두고 한국방송학회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초 생방송 금지를 전제로 데이터홈쇼핑 사업을 승인한 정부 취지와도 배치되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은 시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TV채널 난립으로 업계 전반이 출혈 경쟁에 돌입해 결국 산업 전체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동시에 티커머스에 생방송을 허용한다면 홈쇼핑사와의 경계가 흐려져 좋은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송출수수료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도 본다.

이렇듯 홈쇼핑, 티커머스 등 업계가 갈등을 빚는 주요 이유는 갈수록 높아지는 송출 수수료와 악화되는 시장 상황 탓이 크다. 송출 수수료가 낮고 시장 상황이 호조세를 띈다면 경쟁 자체를 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홈쇼핑업체들은 TV사업자에게 내야하는 송출 수수료는 날이 갈수록 늘고 이커머스의 대두로 홈쇼핑 업황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조5497억원이었던 홈쇼핑업체들의 송출수수료는 2022년 1조9065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방송 매출액의 65.7%에 달한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송출 수수료로 부담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다.

높아지는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업계의 실적 하락까지 야기했다. 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TV홈쇼핑 4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홈쇼핑업체들은 방송 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충돌해 송출 중단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이 상황에서 시장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규제 완화만 업체간 갈등을 증폭된다. 정부도 악화된 업황에 맞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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