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상장, 2040년까지 성장에서 배당으로 자동 전환
미래·삼성 과점 TDF 12조…ETF 효율·세제 혜택 강화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키움자산운용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키움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생애주기 전략을 상장지수펀드(ETF) 구조로 재설계한 신상품을 내놓으며 수년간 정체된 타겟데이트펀드(TDF)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성장형에서 배당형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에 ETF의 비용 효율성과 세제 혜택을 더해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10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1일 ‘키움(KIWOOM) 생애주기배당 전환 2040 ETF’ 시리즈 2종을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2040년을 목표 시점으로 S&P500 지수에서 미국배당 다우존스 지수로 자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국내 최초 구조다. 성장형 75%에서 시작해 2038년~2039년 24개월간 매월 자동 전환을 거쳐 2040년 이후 배당형 75%로 재구성된다.

가장 큰 장점은 ETF 내부에서 자동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직접 성장형 ETF를 팔고 배당형 ETF를 사면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데, 이 상품은 ETF 안에서 자동으로 전환되므로 세금 없이 수익금 전액을 배당 자산으로 옮길 수 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이번 상품을 통해 TDF의 자동 리밸런싱 장점은 유지하되 ETF 구조의 효율성을 더했다”며 “연금계좌에서 보유할 경우 배당금 발생 시점에는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3.3~5.5%)로 과세돼 일반 계좌 대비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TDF 시장 12조 정체…ETF 전환으로 수익·세제 효율 강화

사진=CHATGPT가 구성한 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이미지
사진=CHATGPT가 구성한 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이미지

키움운용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정체 국면에 접어든 TDF 시장에 ETF 구조를 접목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TDF 시장 규모는 12조7000억원으로 2019년 이후 11조~13조원대에서 답보 상태다. 

특히 TDF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37%)과 삼성자산운용(17%) 등 상위 2개사가 전체 점유율의 54%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TDF 시장 정체에는 펀드형 구조의 한계가 지적된다. 펀드협회 자료에 따르면 TDF 평균 총보수는 연 0.61%로 일반 ETF보다 높고, 환매 시 유동성 제약이 발생해 투자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ETF는 거래소 상장으로 매매가 자유롭고, 보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키움운용 신상품은 성장주에서 배당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를 통해 월분배금을 확보하며, 적립기부터 인출기까지 노후 준비를 하나의 ETF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내에서는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자산운용 등이 2022년부터 TDF ETF를 출시했으나, 전체 TDF 시장에서 비중은 3% 미만이다. 기존 상품이 여러 ETF를 조합한 반면, 키움운용 신상품은 하나의 ETF 안에서 생애주기별 자동 전환이 이뤄진다. 다만 자동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적오차가 발생하거나, 시장 충격 시 순자산가치(NAV) 대비 괴리율이 확대될 수 있다.

이경준 키움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단순 장기투자만 지속하면 인출 시점에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애주기 배당전환형 ETF는 은퇴 전환기의 세금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적립기에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인출기에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노후준비 수단”이라고 말했다.

◆ 퇴직연금 431조…실적배당형 투자 확대

키움운용 신상품은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올해 6월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 패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펀드와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했고,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4%로 2022년 11.3%, 2023년 12.8%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이 2040년 1172조원, 2055년 1858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운용은 이번 상품을 기반으로 2050·2060 목표 시리즈 등 상품군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어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TDF를 ETF로 재구성한 신상품이 투자 다변화를 견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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