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좋은 기업을 싸게 살 기회”
하반기 대한조선·명인제약 주축…중소형 딜 7~8건 추가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무). 사진=최정화 기자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무). 사진=최정화 기자

KB증권은 IPO(기업공개) 명가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IPO 리그테이블의 선두 자리를 지키며 신흥강자에서 전통 강호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지난 14일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무)을 만나, IPO 지형도의 새 판을 짜고 있는 유 본부장의 사업 전략과 목표, 중단기 IPO 시장 전망, 그리고 IPO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IPO 성장 배경…안정적인 조직력과 딜 규모 균형

유 본부장은 KB증권이 최근 IPO 주관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으로 ▲ECM 조직의 안정성 ▲리서치 등 타부서와의 원활한 협업 ▲탁월한 기업 선정 ▲대형· 중소형딜 간 균형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 및 시장친화적 가격 선정 등을 꼽았다.

그는 2023년 ECM본부장으로 선임될 당시 30명대 초반이었던 인력을 50% 이상인 47명으로 증원했다. ECM본부는 ▲소부장이 주력 섹터인 ECM 1부(14명) ▲2차전지와 바이오를 맡고 있는 ECM 2부(16명) ▲주력섹터가 IT서비스와 대기업인 ECM 3부(17명) 등으로 구성됐다.

유 본부장은 “IPO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대형 딜의 처리 역량을 높이는 한편, 중소형 딜 건수를 늘려 대형 딜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원을 늘렸다”며 “ECM본부로 발령난지 3년차인데 지금껏 조직원 이탈이 거의 없어 조직의 안정성에 대한 평판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IPO는 딜의 익스큐션(실행) 과정이 1년~2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조직력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MZ세대인 만큼 이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사업 목표와 방향성 등을 공유하며 소속감으로 부여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특히, 유 본부장이 ECM본부장을 맡기 전 오랜 기간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경험도 IPO 시장을 주도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빅 딜의 경우 ECM본부 뿐만 아니라 리서치본부와 WM본부 등 타 부서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는 IPO 딜 성공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에쿼티 스토리 ▲밸류에이션(가치평가)를 언급했다. 결국 이 두 가지가 투자자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KB증권의 에쿼티 스토리는 현재(as-is)보다는 미래(to-be)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신경쓰고 있다.

이어 유 본부장은 “IPO는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 가장 큰 장점은 공모 시장에서 좋은 기업을 대량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공모주는 보통 20~30% 할인된 가격에 내놓기 때문에 주관사는 시장 친화적인 가격 산정 논리(릴레이션)를 통해 이런 장점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공모가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모밴드를 너무 낮게 설정하기 보단 시장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릴레이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IPO 기업 선정 기준에 대해선 ‘성장성 있는 기업’을 우선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익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탑라인이 좋아지고 있는 기업은 나아가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비용 관리만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보다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본부장에게 유독 힘들었던 딜은 올해 초 진행된 LG CNS였다. LG CNS 상장이 올 IPO 실적 상승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가장 부담스러운 딜인 동시에 가장 보람도 있었던 딜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LG CNS 진행 당시 탄핵 정국이라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이 없었던 상황에서 대표 주관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상장 절차가 잘 안 됐을 때 받게 될 후폭풍도 부담스러웠다”며 “다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서 성장성이 있고 그 성장을 보여줬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그가 말하는 IPO 시장 “건전성 회복…중복상장 관건” 

IPO 시장 전망에 대해선 시장 건전성이 회복기에 접어들어 긍정적이지만 중복상장 이슈로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 본부장은 “올해 IPO 시장 건전성이 회복됐고 공모 시장 경쟁률도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 측면에서 보면 올 하반기나 내년 시장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복상장 이슈에 대한 해소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모델상 중복상장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에 따라 공급량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IPO 주관 실적 1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대어인 대한조선은 이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며, 이날 열린 IPO 기업설명회 이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감지됐다.

명인제약도 하반기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한, 올 하반기 중소형 딜 증권신고서를 7~8건 추가 신청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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