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기자

“우리 사장님은 요즘 토스만 들여다봐요. 간편하면서도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금융서비스까지. 최고 경쟁사이자 현 금융시장에서 가장 참고가 되는 지표죠.”

익명의 국내 증권사 임원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 금융권에서 ‘혁신’하면 연상되는 기업은 단연 ‘토스’다.

금융소비자를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이때까지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서비스들을 소개하며 금융권 ‘메기’로 활약해 왔다.

혁신으로 성장한 토스야말로 ‘혁신’의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인다. 이승건 토스 대표와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올해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이란 단어를 각각 24번, 31번이나 언급했다.

토스는 지금껏 이룬 혁신을 바탕으로 이제 ‘혁신의 확산’을 지향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첫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토스는 5년 내 ‘글로벌 슈퍼 앱’으로 전환하고,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도 모기업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 은행’ 도약을 위해 3~5년간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불현듯 토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금융당국의 비호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올해 연초 금융감독원이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제재 수위를 이례적으로 두 단계 감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이승건 대표 직접 해명에 나설 정도로 금융당국과의 밀회(密會) 의혹에 대한 주목도가 컸다.

이러한 의혹이 ‘왜’ 흘러나오게 됐는지 유심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시각을 금융당국의 관점으로 바꿔보자.

당국은 2023년부터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하며 해외 진출 활성화를 통한 외연 확장 등 ‘K금융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김병환 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 당국 수장들은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등 한국 증시 부양 정책에 발맞춰 주요 금융지주 등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추진했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과 미국·영국·홍콩·싱가포르 등 선진시장을 돌고 돌았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후발주자 격인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단순 경영력을 입증하는 것을 넘어서, 토스가 보여준 혁신 같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

토스의 혁신엔 금융소비자의 긍정적인 경험에 대한 지분이 크다. 이 대표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융 혁신과 이를 토대로 한 ‘고객 경험’이 토스뱅크만의 최대 경쟁력이 될 것으로 판단,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선진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러한 이유일까. 정부는 ‘고객 경험’ 기반의 혁신으로 국내에서 단기간 폭발적 성장을 이룬 토스에 주목했다. 토스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논의하는 등 혁신 금융서비스 개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태고 있다.

이승건 대표는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 ‘페이스페이’ 서비스와 관련해 “4년 반가량의 준비 과정에서 당국과 교감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기술 개발과 보안을 위한 투자도 있었지만, 정부 당국과의 협력도 있었다”며 “페이스페이의 기술이나 개인정보·금융과 관련된 여러 관계를 법에 대한 것뿐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감독원(금감원) 등 당국과 벌써 1년 반이 넘는 선행적인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그간 토스에 유독 따뜻한 시선을 보낸 배경엔, 어쩌면 ‘K금융’의 글로벌 진출과 시장 안착을 실현할 선구적 역할을 기대했고, 이에 토스가 부응했던 것이 아닐까.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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