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점 인근 2km에 17만 세대 거주…‘고소비력’
2019년 수지점 이후 6년 만에 신규 출점 출점
마트·슈퍼 통합 후 내실 다져…성장 모멘텀 주목

롯데마트 천호점 데일리 밀 설루션 매대 전경.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천호점 데일리 밀 설루션 매대 전경.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가 6년 만에 새로운 점포를 열었다. 그간 롯데마트가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진 가운데 천호점은 6년 만의 외연 확장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입지가 주목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 1374평(약 4538㎡) 규모의 신규 매장인 천호점을 열었다.

천호점은 롯데마트가 2019년 8월 오픈한 롯데몰 수지점에 이어 6년 만에 새로 출점한 매장이다. 그만큼 롯데마트의 사업 전략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간 롯데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경쟁자 ‘쿠팡’의 등장 등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을 경험해왔다. 롯데마트는 2015~2017년 3년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난국에 빠졌다. 2018년 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21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난국에 빠졌다.

이에 롯데마트는 2019년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에는 125개에 달하던 점포 중 비효율 점포를 선별해 폐점하면서 2024년 12월 기준으로 110개점까지 줄였다. 2021년부터는 약 30개점의 재단장(리뉴얼)에 나서면서 식료품(그로서리) 특화매장으로 꾸몄다.

신규 출점보다는 부진한 사업장 정리와 재단장, 그리고 인력 감축에 힘썼다는 의미다. 롯데마트는 2023년부터 롯데슈퍼와 사업부 통합을 진행해 오프라인 채널간 시너지 창출에 힘쓰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사업부 통합으로 상품 조달 업무가 통합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2022년 484억원의 흑자를 냈고 2023년에는 8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제 롯데마트는 6년간 이뤄졌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 입지가 유리한 ‘알짜배기’ 지역 출점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수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천호점이다.

롯데마트 천호점은 서울 동부 상권의 핵심으로 꼽히는 강동 지역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다. 천호점의 규모는 기존의 대형마트 영업 면적의 약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그러나 임대(테넌트) 공간없이 직영 매장으로만 구성했고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을 중심으로 한 그로서리를 특화했다.

‘웰니스’(웰빙+피트니스) 트렌드에 맞춰 30종 이상의 구색을 갖춘 샐러드 존도 운영한다.

가공식품 코너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수요가 높아진 냉동 간편식에 집중했다. 일반 매장과 비교해 상품 수가 70% 이상 많으며 냉동 밀키트 상품 수는 3배 이상이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조미료와 소스 등을 한자리에 모은 ‘글로벌 상품존’도 조성했다.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 구색을 일반 매장보다 10% 이상 확대하고 먹거리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무알코올 와인존’도 새롭게 선보인다.

비식품 매장은 가성비 높은 자체상표(PB) 상품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상품들로 압축해 운영한다. 이를 통해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불필요한 이동 동선을 줄여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6일 오후 이날 개점한 서울 강동구 롯데마트 천호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 이날 개점한 서울 강동구 롯데마트 천호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호점의 탁월한 입지도 주목된다.

천호점 반경 2km에만 약 17만세대가 거주할 정도로 강동구의 소비 잠재력은 높다. 이 지역은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기반으로 지역 상권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서울 강동구의 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도 46만명에 달하며 올해에는 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3040세대 비중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5번째로 많다.

경쟁사들은 이미 강동구의 높은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명일점과 천호점을 이미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이마트 고덕강일점을 추가로 개장한다. 이마트 고덕강일점은 이마트가 2020년 7월 신촌점 이후 5년 만에 서울 시내에 대형마트를 출점하는 곳이다.

홈플러스도 이마트 천호점에서 1.7km 거리에 위치한 강동점을 이전부터 운영해왔다.

경쟁사들이 이미 점포를 운영 중이지만 롯데마트는 천호점의 신규 오픈 효과를 상당히 낼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대형마트는 점포가 비교적 노후화돼 있어 천호점이 최신 설비라는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근태 롯데마트 천호점장은 “이 지역에 오래된 점포가 많아 신규 점포 수요가 있다”며 “점포 1km 이내에 30대 인구와 1~2인 가구가 전국 평균을 웃돌아 장을 보러 오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111호점인 천호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에는 구리점도 출점할 예정이다. 2021년 3월 폐점한 그 자리에 4년 만에 재입점하는 것으로 롯데마트는 앞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점포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천호점은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차세대 그로서리 전문점의 표준이 되는 매장”이라며 “마트와 슈퍼 사업부 통합,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전환 등의 성장 전략과 더불어 외연 확장을 통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