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폐점 후 오피스 시설로 변경 앞둬
높은 유동량·F&B 강점에도 매출순위 하위권
타임스퀘어·롯데百 영등포 등으로 방문객 분산될 듯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역의 랜드마크로는 디큐브시티와 테크노마트가 꼽힌다. 특히 상업시설이자 주상복합 아파트인 디큐브시티는 서울 서남권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힐 정도다.
디큐브시티는 현대백화점, 쉐라톤호텔, 아파트, 오피스, 아트센터(뮤지컬극장 디큐브아트센터, 롯데시네마), 교보문고와 여러 음식점 등으로 구성된 거대단지다. 여러 시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는 서울의 교통 요지인 1, 2호선 신도림 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있다. 신도림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빠르면 5분, 늦으면 10분 내에 현대백화점을 방문할 수 있다. 신도림역의 하루 유동인구가 13만명에 달하는 만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를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러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가 개장 10여년만에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디큐브시티 내 입주업체에 계약기간을 다음해 6월말로 변경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이러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디큐브시티 건물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임대차 계약연장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이지스자산운용과 다음해 6월 30일까지 임차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해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건물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오피스 등 업무시설로 용도변경할 예정이어서 다음해 6월부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영업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상업부지로 설정된 디큐브시티점을 오피스 등 업무 시설로 용도 변경에 나섰다. 이미 지난 3월 상업 부지로 설정된 디큐브시티점 건물을 오피스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내용의 건축 심의를 신청했고 최근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의 연 면적은 11만6588㎡(3만5267평), 영업면적은 5만2893㎡(1만5972평)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부지가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오피스 등 업무공간으로 전환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용도 변경에 나섰다. 이미 쉐라톤서울 디큐브시티 호텔도 2021년 영업을 종료하고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오는 2026년에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부지에 재단장한 오피스가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 재단장 후에는 한 층에만 500명 이상 수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디큐브시티 폐점은 다소 아쉽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서남부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디큐브시티점을 수차례 리뉴얼했으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 개장한 디큐브백화점을 2015년 재개장하며 2016년부터는 매출 4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리뉴얼을 거듭했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의 가족형 소비자에 맞춘 MD 개편에 나서며 매출 상승이 기대됐다.
그러나 막대한 유동 인구에 비해 쇼핑을 위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2306억원이다. 2022년 매출은 2420억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16개 점포 중 매출 순위 14위에 해당하며 전국 70개 백화점 중에서는 48위다.
이는 다소 부족한 백화점 구성 영향이 컸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는 대대적 리뉴얼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지만 백화점 매출을 가늠하는 명품 유치에는 아쉬움을 보였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대표되는 유력 명품은 물론이고 다른 명품 브랜드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쇼핑 구성에서는 신도림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영등포역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 비해 약세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유력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상권이 겹치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에 추가로 입점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실제로 유력 명품 브랜드는 매출과 브랜드 파워 감소를 우려해 점포수를 제한할 정도다.
게다가 비교적 저렴한 물품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인근 구로역에 위치한 엔씨백화점 신구로점과도 부딪친다. 또 2021년에는 인근 상권으로 분류되는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까지 개장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기는 어려웠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을 자주 활용한다는 소비자 A씨는 “저렴한 아울렛 제품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이 주차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품 구매에 더 유리하다. 현대백화점 디큐브는 쇼핑보다는 식사나 영화 관람을 위해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F&B(식음료) 부문을 집중 육성해왔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지하 2층에는 식품관, 5~6층에는 식당가, 별관에 카페, 식당가가 입점돼 있다. 특히 인근 아파트 대단지 소비자를 위한 현대식품관 배치로 반찬 정기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했다.
덕분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F&B 매장에는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모인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기보다는 F&B 매장 내 소비에만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쇼핑 부문의 약세가 극복되지 못해 매출의 대대적인 반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수차례 개선작업이 이뤄졌으나 에스컬레이터 구성이 복잡해 층간 이동이 어렵다는 지적도 줄곧 있었다.
신도림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오랫동안 방문해왔지만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백화점보다는 쇼핑몰 느낌을 크게 받았다”라며 “매장 구성도 다양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디큐브시티점 영업 종료에 맞춰 주변 상권에 위치한 더현대서울과 목동점에 디큐브시티 방문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출점을 통해 매출 공백 메우기에 나선다.
앞으로 3년간 현대백화점의 신규 출점 예정은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2025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부산점(2027년) ▲더현대광주(2027년)로 총 3곳이다.
현대백화점은 신규 점포 3곳의 출점으로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렛 분야에서 현대백화점은 타사와 비교해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출점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더현대’ 브랜드를 내세워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더현대광주 출점을 승부수로 띄웠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