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DB하이텍 소액주주는 27일 코스피 상장사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내 “지배주주에 보수를 근거 없이 과다 지급했다”며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31일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소 제기청구는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하고 근거 없는 보수지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창업회장(미등기임원)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면서 DB하이텍에서 매년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 장남인 김남호 회장 역시 미등기임원으로서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에서 지급받은 보수는 총 179억1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등기이사들의 총 보수(59억원)에 비해 3배에 달한다. 또한, 김 전 회장과 김 회장의 보수는 같은 기간 DB하이텍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 1003억원 대비 17.9%, 일반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 821억원 대비 21.8%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B하이텍의 최대주주는 DB로, 지분 18.68%, 특수관계인 합산 23.91%를 보유하고 있으며, DB는 김준기 전 회장, 김남호 회장 등 DB그룹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 43.83%를 보유하고 있다.
DB그룹 지배주주인 김 전 회장과 김 회장의 경우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이사나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 주장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 주주총회의 결의로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상법 제388조), 실무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당해연도 등기이사들에게 지급할 보수총액만 승인받고, 개별 임원에 대한 보수는 이사회 또는 이사회가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현행 상법 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관행으로 이어져오고 있으며,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회장과 같은 미등기임원의 보수의 경우에 이러한 주주들의 통제조차 전혀 받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다만,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임원보수 공시의 경우 개별 임원의 보수총액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회사의 보수정책이나 보수 산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은 확인할 수 없으며, 김 전 회장과 김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받는 합리적인 설명도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DB하이텍의 지배주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김준기와 김남호가 주주의 통제 없이 사실상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한 것과 다르지 않는 것으로, 사익편취의 또 다른 행태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등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배주주라는 권한을 행사해 ‘보수’ 명목으로 회사의 이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제기청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 추궁 대상은 위법한 보수 지급을 결정하고 집행한 조기석 대표이사, 양승주 이사와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자신에게 과도한 보수 지급을 결정한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등이며, 책임추궁대상 손해액은 최근 3년간(2021년, 2022년, 2023년) 김준기와 김남호에게 지급한 보수액 전부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DB하이텍은 연대 등 소액주주의 소 제기 청구에 대해 30일 내에 답해야 하며, DB하이텍이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대신해 곧바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