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 MBK파트너스, 기업형 슈퍼마켓 매각나서
한국 시장 공략나선 알리, 오프라인 거점 확보 몰두

새단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새단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슈퍼마켓 부문 분할매각에 나섰다. 인수 참가자로 국내외 기업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한국 시장의 빠른 안착을 노리는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유력 인수자로 언급됐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으로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곳에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이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8%이다. 전국적으로 41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서울과 수도권에만 235개 매장이 있다.

현재 국내 SSM 시장은 4개 기업이 각각 시장점유율 20%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경쟁사 중 한 곳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경쟁사인 GS더프레시,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롯데슈퍼는 실적 개선 차원에서 롯데마트와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마트와의 합병에 나서고 있다. GS더프레시의 모기업인 GS리테일도 부실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어 경쟁사들이 대형 M&A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국내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수 있는 유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앞으로 3년간 한국 시장에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중에서 2억달러(약 2700억원)는 물류망을 보완에 활용하기로 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내 한국에 18만㎡(약 5만4000평),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물류망 투자에 본격적인 이유는 알리의 약점이 느린 배송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고 배송시간을 3~4일로 줄였지만 물류센터를 추가로 확보한다면 그마저도 줄일 수 있다. 대형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도심 내 물류센터까지 확보한다면 배송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실제로 국내 대형마트들은 매장의 30% 정도를 온라인 주문 창고로 개조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이마트는 매장 100여곳에 PP(피킹 앤 패킹) 물류센터를 거점별로 마련해 유통 물량을 늘리고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가 직접 국내에 물류센터를 짓고 가동하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고 이미 주요 유통거점은 국내 업체들이 선점한 상황이다. 여기서 알리익스프레스가 매각 매물로 등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확보한다면 빠르게 한국 시장에서 확장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홈플러스 투자 만기 10주년을 맞아 투자금 회수가 절실하다. 홈플러스를 매각해 바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최적이겠지만 7조원대에 달하는 홈플러스의 몸값을 바로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홈플러스의 보유자산 중 현금 창출 능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쪼개서 매각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중에서도 국내 기업과는 달리 자금 여유가 충분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협상에 나선다면 계약에 속도가 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시가총액은 285조9055억원에 달하며 보유 현금은 올 1분기 기준 약 46조7021억원에 달한다.

이렇듯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알리익스프레스에 매각될 것이란 전망은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와 알리익스프레스 모두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다수의 유통 업체들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여 지속성장을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매각 가능성과 효과를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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