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테이지엑스에 보완서류 요구
스테이지엑스 초기 자본금, 약속의 1/4에 불과
자본력 없이는 사업 불가, 혈세 낭비+3사 체제 고착화
제4 이동통신사의 출범이 암초를 만났다. 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7일 주파수 1차 낙찰 금액인 430억원(주파수 할당대가의 10%)을 납부하고 컨소시엄 명단 등을 공개했지만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서류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 측은 정부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완을 요구한 부분이 초기 자본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4 이통사의 출범은 상당 기간 늦춰지거나 좌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스테이지엑스, 초기 자본금 500억 원·····약속의 1/4에 불과
이처럼 문제의 핵심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력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제4 이통사 응모에 나섰을 때 약속한 자본금 규모는 2천억 원이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후에도 지난 2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자금을 제외하고 초기자금 4천억 원을 마련했다고 장담했다. 또 앞으로 유상증자와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통해 2천억 원 이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서류에 나타난 초기 자본금은 500억 원에 불과했다. 애초 약속한 2000억 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애초 제4 이통사 선정 공모에 응할 때 스테이지엑스는 물론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 모두 주주구성과 주주별 투자액을 명시하고 공증을 받아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그때 스테이지엑스는 2000억원의 초기자본금을 약속했다.
물론 제4 이통사로 선정된 이후 불가피한 사정으로 투자를 약속했던 기업이 이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를 약속했던 금액의 4분의 3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정통부에서 제4 이통사 선정을 주관했던 전직 관리는 애초 사업계획서에서 약속했던 자본금에서 5%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난다면 사업계획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무리한 낙찰가로 사업성 떨어져 주주구성에 애를 먹는 듯
스테이지엑스는 초기 자본금 500억 원은 주파수 할당 대가와 법인 설립에 따른 운영비 등이라고 설명하고 추가 설비 투자와 서비스 투자를 위한 자금 1500억 원은 3분기 내 증자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 원으로 28GHz 대역을 낙찰받았다. 정부가 책정한 최저 할당 대가 742억 원의 무려 6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당시 전문가 대부분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주파수 할당 대가가 1500억원을 넘어서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한 예상을 스테이지엑스가 호기롭게 뒤집었지만, 그 결과 막대한 비용에 놀라 약속했던 주주가 이탈하거나 새로운 주주를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어쨌든 스테이지엑스의 사업계획서대로 풀이하면 지난 2월 7일 주파수 낙찰 이후, 투자를 약속했던 금액의 4분의 3이 빠져나갔고, 이후 3개월 동안 열심히 움직였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스테이지엑스는 3분기(9월)까지 1500억 원을 마련하겠다 한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지금 안 되는 게, 무슨 큰 변화가 생겨서 3개월 뒤에는 가능할까?”로 요약할 수 있다.
◆ 제4 이통사는 조 단위 사업, 자금력 필수
28GHz 대역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6000개의 기지국을 갖추는 데는 적어도 18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에다가 가입자 모집에 들어갈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다. 물론 뛰어난 전문가가 나서서 장비제조사 등을 상대로 금융을 일으키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제조건은 초기 자본금 2000억원 정도는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 더 나쁜 것은 처음 약속한 초기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이동통신 업계에서 신용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제4 이통사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진정한 5G 서비스 등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자금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사업자가 선정됐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지적한 것처럼 필요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제4 이통사 선정 취소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제4 이통사가 실패한다면 정부가 약속한 4000억원의 정책 금융은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하고 또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영원히 3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