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이뱅크
사진=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혁신이 정체된 모습이다. 같은 해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고 막내 격인 토스뱅크는 급속도로 성장하며 케이뱅크를 추격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7% 급감했다. 예상 손실에 대비해 쌓게 되는 충당금 규모도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2927억원에 달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 적립액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 배경에는 연체율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96%로 전년 말(0.85%)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말(0.9%)와 비교해도 0.06포인트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지만, 이후 4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진행하려던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리는 등,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에 차질을 겪었다.

그 사이 같은 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 2호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1분기에 케이뱅크보다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 기반의 혁신적인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과 고객 중심의 상품 및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고객 수의 경우 2017년 12월 493만명에서 2018년 794만명, 2019년 1245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 하나 인기를 끌었던 점은 I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기존 공인인증서 보안 이상의 수준을 제공하는 생체인증, 핀 번호 등의 기술을 적용한 점이다. 또한 ▲전월세보증금 대출 ▲26주 적금 ▲모임통장 ▲주식계좌 개설 신청 서비스 ▲제휴사 대출 추천 서비스 등을 출시하며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 2월 ‘평생 무료 환전’을 선언하며 출시한 외화통장은 지난 3월 기준 60만좌를 넘기며 환전 수수료 무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아울러 토스뱅크는 환전 수수료 무료 외에도 고객이 편리하게 느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연 금리 2%의 파킹통장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목돈 굴리기 ▲굴비 적금 ▲중도상환 수수료 무료 정책 등의 혁신을 통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시키며 성장세를 나타냈다.

케이뱅크의 비이자이익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수수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비이자이익이 338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업비트 입출금 수수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뱅크는 업비트로부터 입출금 수수료 108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선 케이뱅크의 건전성 악화,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수료에 대한 의존성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맞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역시 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케이뱅크가 연내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IPO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