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반대한 임종윤·종훈 형제, 이사회 합류
남겨진 소송 여러건…OCI 투자도 멈춰져
상속세 재원 확보·추가 투자 유치 과제로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백지화됐다. 사진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전 사장(사진 왼쪽)과 임종훈 전 사장(사진 오른쪽).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백지화됐다. 사진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전 사장(사진 왼쪽)과 임종훈 전 사장(사진 오른쪽).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백지화됐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의 투자가 중단됐고 오너가 간 갈등으로 빚어진 소송이 여러 건에 달하게 됐다. 통합 불발을 이끈 오너가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갈등을 봉합하고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28일 열린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반대로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 6명의 선임건은 가결되지 못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입성은 불발됐다.

주총 결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임종윤·임종훈 두 형제가 사내이사 신규 진입하고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교수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진입하게 되면서 총 9명으로 구성하게 됐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주총 승리는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의 우호지분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42.66%, 형제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을 포함해 40.57%로 모녀 측이 다소 앞섰다. 주총에 참석한 상당수 소액주주들이 OCI그룹과 통합이 한미사이언스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형제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액주주들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번 주총 결과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은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이 쥐게 됐다. 다만 경영권 갈등을 빚었던 모친과 누이도 대주주로 남아있다.

모친인 송영숙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이름을 빌려 후계자로 임주현 부회장을 지목했다. 또 한미사이언스 주총을 앞두고 임주현 부회장을 그룹 경영을 아우르는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어줬다. 동시에 두 아들을 사장직에서 해임했다.

또 서진석 OCI홀딩스 사장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한미와 OCI 통합을 준비했다. 동시에 통합을 대비해 지주사와 계열사 인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지주사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인사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OCI그룹과 통합을 진행하던 중 터진 사법리스크도 갈등의 싹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호텔 신텍스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호텔 신텍스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신용수 기자

형제들은 모녀 측과 법 공방을 진행 중이다.

앞서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하자 이에 대한 항소를 예고했다. 또 한미의 공익 법인 임성기재단과 가현문화재단의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도 신청

한 상황이다. 게다가 임주현 부회장 측이 임종윤 전 사장을 상대로 266억원 규모의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OCI그룹과 통합 불발로 인한 소송이다.

이우현 OCI 회장은 이날 OCI홀딩스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큰 투자를 하기로 했고 이사회에서 정한 조건인데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통합을) 진행하긴 어렵다”며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도 통합이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재추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회장이 당장 소송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통합 추진이 기업간의 거래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인식한 한미사이언스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신약개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양사가 마음을 터놓고 뜨겁게 협력했다”며 “이 시간을 함께해준 OCI측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이어 “본의 아니게 양사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아 송구하다. OCI그룹 모든 임직원, 그리고 대주주 가족분들께도 사과드린다”며 “통합은 어렵게 됐지만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 OCI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한미그룹도 변함없이 신약개발을 향한 길을 올곧게 가겠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통합이 불발되면서 OCI로부터의 투자가 멈추게 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1월 한미그룹과 OCI는 7703억원 규모의 그룹 통합계약을 맺었다. OCI와의 거래가 완료됐다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약 3000억원의 현금을 받게 됐고 이를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

고 임성기 회장 일가가 지금까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20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 3000억원 정도의 상속세 재원 확보가 고민으로 남게됐다. 게다가 현행법상 상속세는 연대납세의무로 규정돼있다.

이에 두 형제들은 추가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를 시가총액 200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천억에 달하는 신약 개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의미다.

동시에 임종윤 전 사장은 주총 종료 후에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며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주주들에게 말해주고 싶고 회사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한미를 퇴사한 분들도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모녀에 화해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OCI그룹과의 통합이 성사에 이르지 못해 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없이 가야할 길을 가자”고 말했다.

그는 “임성기 선대 회장 타계 후 발생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 ‘신약명가 한미의 DNA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란 경영적 판단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며 “지난 두 달여간 소란스러웠던 회사 안팎을 묵묵히 지켜보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준 임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다수의 새 이사진이 합류할 예정이어서 임직원 여러분이 다소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회장으로서 말하지만 한미에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이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대로 갈 것”이라며 “통합 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은 그대로이므로, 경영진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힘을 합해 신약명가 한미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안을 다시금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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