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에 반대하는 ‘오너가’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진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임종윤 사장(사진 왼쪽)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에 반대하는 ‘오너가’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진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임종윤 사장(사진 왼쪽)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에 반대하는 ‘오너가’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진 진입에 성공하면서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호텔 신텍스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안건인 이사선임의 건에서 형제측이 제안한 주주제안(임종윤, 임종훈, 권규찬, 배보경, 사봉관)이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반면 양사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측인 이사진 추진안(임주현, 이우현, 최인영, 박경진, 서정모, 김하일)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는 본인 및 위임장 대리를 맡긴 2160명의 주주가 참여했다. 전체 발행주식 수 6995만6940주 중 5962만4506주(88%)가 출석해 적법 요건을 갖춘 채 시작됐다.

지난 1월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이 발표된 이후 한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통합에 반대했다. 이들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통합을 주도한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누이 임주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양측의 우호 지분은 모녀 측이 42.66%, 형제 측이 40.57%다. 모녀 측은 ▲송영숙 회장(11.66%·특수관계인 포함) ▲임주현 부회장(10.2%·특수관계인 포함) ▲가현문화재단(4.9%) ▲임성기재단(3%) 외에 국민연금(7.66%)이 우호 지분이다.

형제 측은 임종윤(9.91%·특수관계인 및 디엑스앤브이엑스 포함), 임종훈(10.56%·특수관계인 포함)과 신동국 회장(12.15%) 지분을 합친 규모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2.09%포인트(p)에 불과했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호텔 신텍스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호텔 신텍스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신용수 기자

사실상 3만8470명의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해진 가운데 이들이 이날 주총에서 형제 측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총은 수원지방법원 파견 검사가 참석해 위임장을 확인하는 등 위임장 확인 절차가 중요했다. 이 때문에 주총 개최 예정이던 오전 9시를 3시간 반 가까이 넘기고 주총이 열렸다.

주총이 힘겹게 열렸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불참하면서 대신 의장을 맡은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관리본부장(전무)에 대한 자격 요건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등기이사가 아님에도 전무이사로 본인을 소개한 신 전무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소란이 빚어졌으나 이사 선임의 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됐다. 이후 개표 과정이 장비 문제 등의 이유로 수차례 지연돼 지친 주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오후 3시가 넘어서 발표된 개표 결과 임주현 부회장 측 6인에 대한 이사 선임안은 모두 출석 주식수 대비 47~48%를 획득하는데 그쳐 부결됐다. 대신 임종윤, 임종훈 형제 등 5인은 모두 52% 이상을 획득해 모두 가결됐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 회장을 포함한 이사 4명, 새로 선임된 임종윤 전 사장 측 5명으로 새롭게 짜여지면서 형제측이 과반을 넘어서게 됐다. 이에 한미그룹과 OCI그룹간 통합은 불투명하게 됐다.

형제들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어냈다. 주식 가치 희석과 저배당 가능성을 우려한 소액주주들은 형제 측을 지지하는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형제 측은 OCI와 통합 결정을 되돌리고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현 경영진과 다른 미래 구상을 밝혔다. 실제로 통합 결정을 번복하게 되면 OCI 측과 법적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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