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자 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사진은 임주현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자 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사진은 임주현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자 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6일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형제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앞서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고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하는 통합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통합 결정과 관련해 현 경영진을 이끄는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 측의 경영권·지배권 강화 목적 등이 의심되기는 한다면서도 “경영권 방어의 부수적 목적이 있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2년에 이르는 기간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했고 내용과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송 회장 등의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 통합 결정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송 회장 등의 보유 주식이 다량 매각될 경우 주가와 회사의 안정적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봤다.

이에 따라 신주발행과 구주 이전 등을 포함한 통합 패키지딜이 오로지 송 회장 등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같은 형태의 거래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이사회 경영 판단이 합리성과 적정성을 갖췄는지 등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임종훈·종훈 형제는 이날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불복하며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형제는 “항고하는 한편, 본안 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두 형제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모친인 송 회장은 임주현 사장을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이을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송 회장은 이날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두 아들에게 대해서는 “임성기 회장의 유산인 한미그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몰아간 두 아들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두 아들의 말 못 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덧붙였다.

또 “(해외 펀드에 지분 매각하는) 두 아들의 선택은 아마 일부 대주주 지분도 약속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히고 아버지의 뜻인 ‘한미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기업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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