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OCI통합 과정서 경영권 분쟁 빚어
“1조원 유치 자신있다…공약 실패시 물러날 것”
한미약품 “구체적 방안없어 비현실적…공허해”

임종윤 사장(사진 왼쪽)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임종윤 사장(사진 왼쪽)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과정에서 한미약품그룹 오너가간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이가운데 통합에 반대하는 ‘오너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국민연금이 주총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임종윤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인의 생각을 직접 밝혔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장·차남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에너지 그룹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에 나서자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두 형제는 법원에 통합건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한미그룹 경영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사장과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 구성 표 대결이 펼쳐진다.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은 법률적 문제 등을 깊이 고려해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하는 것도 좋다”며 “우리가 주주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한미의 67% 주주가 무시당할 뻔 했다. 이번 OCI 계약은 대주주 변경, 합병 등이 수반돼 특별의결사항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공시에 따르면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은 각각 11.66%와 10.20%로 21.86%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반대 입장인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각각 9.91%, 10.56%로 20.47%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서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면 양측이 각각 제안한 이사진 선임 여부가 달라진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과거와는 달리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문에 한미그룹 간 분쟁에도 국민연금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의 원칙을 보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한미와 OCI의 계약으로 경영권 분쟁이 한미, OCI, 부광약품에서 발생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사 합병은 국내 제도를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처음에는 (해당 논란이)경영능력이 부족한 경영자의 문제라고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까 봐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일괄 계약으로 인수합병을 해야 하는데 유상증자와 개인 간 거래를 각각 계약으로 나눴다”며 “한미 사측은 합병과 관련해 필요한 내용들을 법정에 제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합병은 기업이 불안정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슷한 사례를 인정하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 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통합 결정에 대해서는 ‘불완전 거래’라고 단정하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상속세에 따른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상속세는 내라면 내야 한다”면서 “상속세 때문에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경영하면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총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한미그룹 주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임종윤 사장은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공약으로 내고 싶다”며 “450개 화학의약품을 론칭한 한미약품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노하우가 있고 이것이 한미의 진정한 미래”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유치금으로 바이오 공장을 짓고 CDO(위탁개발), CRO(임상대행) 등 모델로 차별화된 개발 전문 회사를 만들겠다”며 “이러한 계획에 실패한다면 물러나겠다. 미래 비전을 확실한 약속으로 표현하고자 직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임종윤·종훈 사장이 제시한 미래 전략은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 돌파 ▲시가총액 50조원 티어 진입 등이다. 현재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약 4조2000억원 수준이며 지난해 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임종윤 사장은 “중국에서 신약을 개발하며 북경한미약품(한미약품의 중국 자회사)의 순이익률을 25% 낸 경험이 있다. 수익이 나는 포트폴리오와 사업부 운영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며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려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그 외 파트는 매각하는 등 금융공학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1.52%를 가지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관련해서는 “(통합 찬반을) 결정하지 않은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모자 사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모자 사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한편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 측의 발언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측의 발언이)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라며 “‘순이익 증가를 위한 부서 매각 등’을 언급했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임종윤 사장측은)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기지이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를 단순화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은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포부를 밝히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략도 함께 내놓고 주주들께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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