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 바탕...“바닥 쳤다는 판단”
반도체 업황 개선에 신사업 실적 가시화도 눈앞

함석헌 제이아이테크 대표이사. 사진=한경석 기자
함석헌 제이아이테크 대표이사. 사진=한경석 기자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기업 제이아이테크가 파격적인 ‘제로금리’ 조건으로 전환사채(CB)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더해 신사업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 전망이 배경이 됐다.

제이아이테크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인해 자금조달 수요가 크지는 않았지만, 기업 성장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먼저 우호적인 조건을 내세운 만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의 주가상승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이아이테크는 전일(7일) 1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액은 5845원이며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주식수는 171만863주(주식총수 대비 5.22%)다. 납입일은 오는 13일이며, 재무적투자자(FI)는 ‘교보 IBK 첨단소재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조달한 자금은 회사의 운영자금 및 신사업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CB 계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자율이 0%로 책정된 것과, 리픽싱(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없다는 부분이다.

통상 CB 투자의 메리트는 이자 수익에 더해 주가상승시 주식전환을 통한 매도차익 실현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전환가액을 조정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이는 기업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이번 제이아이테크의 CB 계약에는 투자자들의 이자수익을 배제한데다, 리픽싱 조항도 없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역시 2년 이후에나 행사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2년 동안 원금을 수익 없이 예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고금리 시장상황 속에서 이자비용 부담 없이 넉넉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리픽싱이 없는 만큼, 전환주식수가 급증해 기존 주식가치가 희석될 가능성도 방지할 수 있다. 사실상 리스크가 없는 계약조건에 해당한다.

자본시장에서 이처럼 회사측에 유리한 CB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회사 주가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다시 말해 FI들은 향후 제이아이테크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으로 크게 오를 것이란 확신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의미다.

제이아이테크 측 역시 이번 CB 계약 체결의 배경으로 회사의 업황 개선 및 향후 성장 가능성을 손꼽았다.

제이아이테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과거 고점 수준의 수익률을 회복했고 이후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 역시 주가 및 실적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재무구조가 탄탄해 자금 수요가 크지는 않았지만, 워낙 우호적인 조건이 오다보니 넉넉하게 운영자금 및 신사업 자금을 확보해두자는 차원에서 수락했다”며 “주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아이테크 측은 본업인 반도체 사업의 업황개선에 더해 2025년부터는 신사업의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제이아이테크가 주력하는 대표적 신사업은 특수가스 사업과 친환경 이산화탄소 포집사업 등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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