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2배 폭증...자기자본 절반 수준 달해
연복리 8% CB 내부거래...“이자 초과 수익률 기대 어려워”

BF랩스 홈페이지 갈무리.
BF랩스 홈페이지 갈무리.

재무적 위기로 감자 절차까지 밟은 코스닥 상장사 BF랩스(구 시티랩스)가 최근 고금리 자금조달을 통해 부채 규모를 급속도로 확대하면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관계사를 대상으로 연 8% 금리 수준의 불리한 전환사채(CB) 계약을 체결해 논란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BF랩스는 지난 23일 100억원 규모의 1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로 각각 40억원, 60억원씩 투입할 예정이다.

사채의 이율은 연 복리 8%로 결정됐다. 이는 3년 만기 기준 만기도래시 원금의 약 26%를 지급해야하는 수준이다.

이번 CB 계약에서는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BF랩스 입장에서는 중도에 채무를 상환해 높은 이자부담을 해소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만기까지 이자를 꼼짝없이 지급해야하는 독소적 성격의 계약에 해당한다.

고금리 CB를 인수하게 될 투자자는 BF랩스의 관계사 ‘BF AI 라이징 1호 조합’이다. 사실상 이해관계자들 간의 내부거래를 통해 한쪽 기업에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BF랩스는 이외에도 지난해말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금 60억원을 빌렸다.

CB 발행을 포함하면 작년 3분기말 금융부채 규모(15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313억원의 금융부채를 끌어안게 된다. 이는 작년 3분기말 BF랩스 자기자본 65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부채 규모다.

BF랩스는 지난 수년간 영업 적자가 지속돼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23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매각자산 처분금액 270억원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적자가 지속된 양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 부채 규모를 늘려가며 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더 큰 부채를 끌어와 돌려막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이 경우 자본이 꾸준히 감소해 재무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F랩스는 수년간 누적적인 적자로 총 자본이 꾸준히 감소했다. 연도별 자본총계를 보면 ▲2020년말 1134억원 ▲2021년말 549억원 ▲2022년말 354억원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특히, 2022년말 기준 자본총계(354억원)가 자본금(530억원)을 하회하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자본금을 자본총계로 이전하는 감자를 단행했으며, 작년 3분기말 기준 자본금은 39억원까지 대폭 축소됐고, 자본총계는 650억원으로 조정됐다. 감자 이후 BF랩스는 ‘시티랩스(구 상호명)’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다각화를 위한 상호변경’을 결정했다.

당장, BF랩스 측은 고금리 조달자금을 M&A에 투입해 투자 수익을 얻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서 BF랩스는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진출을 명목으로 지난해 11월 스트리미 유상증자에 54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투자여력은 보유 현금 10억원대, 유동자산까지 포함해 143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만큼 회사의 유동성 역시 고갈된 상황이다.

이에 추가적인 M&A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작년말 금융기관 차입금 60억원에 더해 CB발행을 통해 100억원의 추가재원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올해 연말에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1호’에 54억원 투자가 예정돼 있으며,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빠르게 운용하기 위해 연중 투자처를 적극 물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영업 적자로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회사의 재무적 역량을 M&A 등 투자 사업에 쏟는 양상이 적지 않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재무적 역량을 동원하는 것을 넘어 막대한 금리부담을 감수하는 경우는 이례적인데, 이자비용을 초과하는 연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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