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제고 위해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
실험·진취에 초점 맞춘 새 개발 조직 설립
‘크로노 오디세이’ 개발 스튜디오도 분사

사진=엔픽셀
사진=엔픽셀

‘그랑사가’로 개발력을 인정받은 국내 게임 개발사 엔픽셀(NPIXEL)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글로벌 PC·콘솔 기대작 ‘크로노 오디세이(Chrono Odyssey)’를 제작 중인 스튜디오를 분사하는 한편, 파격적인 창의성과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조직을 새롭게 꾸려내기로 결정했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엔픽셀은 최근 별도 법인 ‘파이드픽셀즈(PiedPixels)’를 설립했다. 파이드픽셀즈는 엔픽셀 내부에서도 특히나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엔픽셀 측은 “파이드픽셀즈는 다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참신한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엔픽셀은 기대작 ‘크로노 오디세이’를 개발하고 있는 크로노스튜디오를 오는 13일부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시공간’ 소재의 오픈월드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는 2020년 말 공개했던 첫 트레일러 조회수가 현재 누적 300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1차 트레일러를 끝으로 근황이 전무했던 터라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선 ‘개발이 엎어진 것’이라는 낭설까지 돌았으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작년 5월 2차 트레일러가 공개되며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됐다. 엔픽셀 내부에서는 ‘크로노 오디세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여러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는 전언이다. 당초 알려졌던 모바일 출시를 포기하고, PC·콘솔로만 선보이겠다는 것은 이 같은 과정 끝에 도출한 최종적인 결단이었다.

당시 배봉건 엔픽셀 공동대표는 “모바일을 포기한 만큼 거기에 걸맞은 게임성과 완성도를 맞추도록 힘겹게 개발 중에 있다”라면서 “페이 투 윈(승리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임 대신 유저들이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는 오픈월드 MMORPG를 만들고 있다. 항상 현실적인 문제들이 방해물이었지만, 이번엔 진심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3년 만에 공개된 영상이었으나 ‘크로노 오디세이’에 대한 글로벌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한층 뜨거워졌다. 작년 5월 공개된 2차 트레일러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도합 500만회를 돌파한 상태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효율성과 기민성을 확보한 크로노스튜디오는 ▲PC·콘솔 멀티플랫폼 ▲글로벌 ▲트리플A을 기치에 내걸고 ‘크로노 오디세이’ 제작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체제 변화에 대해 엔픽셀 관계자는 “기존 엔픽셀 내 게임 스튜디오가 스스로에게 특화된 제작 문화를 형성하고, 나아가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로노스튜디오 대표직은 엔픽셀의 배봉건 공동대표가 겸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영상=크로노 오디세이 공식 유튜브 캡처
영상=크로노 오디세이 공식 유튜브 캡처

엔픽셀은 ‘세븐나이츠’를 성공시키고 넷마블넥서스를 떠난 정현호·배봉건 공동대표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2020년에 총 7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게임업계 기록을 경신했으며, 2021년 8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국내 게임업계 최단기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올랐다.

2021년 출시한 첫 타이틀 ‘그랑사가’는 게임성을 인정받아 당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상 및 기술창작상을 수상했으며, 덕분에 엔픽셀은 한때 게임 스타트업들의 ‘성공 표본’으로도 여겨지기도 했다. 문제는 ‘그랑사가 그다음’이었다.

블록체인과 웹 3.0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으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혹한기)’가 들이닥쳤고,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시장 경색도 심화됐다. 대형 게임사들조차 하나둘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엔픽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랑사가’를 이을 ‘크로노 오디세이’ 출시도 수차례의 방향성 재수립 속 차일피일 미뤄지던 상황.

결국 엔픽셀은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던 메타본부를 해체하는 등 지난 한 해 내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과정 속 기존 ‘크로노 오디세이’의 PD, 메타본부장 등 사내에서 요직을 맡았던 핵심 개발진들과도 이별해야만 했다.

돌고 돌아 엔픽셀은 다시금 ‘게임 개발’ 본연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크로노 오디세이’뿐만 아니라 현재 언리얼 엔진5 기반 신규 모바일 쿼터뷰 MMORPG ‘프로젝트 이클립스’도 개발 중에 있다. 허리급 게임 개발사의 부재가 꾸준하게 업계의 불안 요소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비 속 전열을 추스른 엔픽셀이 다시 한번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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