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테슬라’ 본보기 삼아야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 버블(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엔비디아를 두고 고점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기대가 꺾이면 테슬라처럼 증시에서 급격한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추가 상승을 예견하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장보다 0.86% 상승한 859.64달러(약 114만9683원)에 마감했다. 테슬라는 전장보다 3.93% 하락한 180.74달러(약 24만1722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중 엔비디아만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기가 팩토리 인근 화재로 공장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는 소식에 4% 가까이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공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147억4900만달러(19조 7253억126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5500억달러(735조 4050억)에서 1조7000억달러(2273조 2400억원)로 증가했다.

애덤 새런 피프티파크 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종종 특정한 혁신 기술을 따라가야 한다는 유행에 빠지고 냉철한 논리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라며 “엔비디아 주가에 비이성적 열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이후 테슬라처럼 하락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미칠 위험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투자자들은 2017년부터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의견에 주식을 사들이며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2021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바 있다.

전달 21일 엔비디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발표해 주가에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72.11% 늘어났으며 전달 22일에는 전날보다 16.4%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는 테슬라의 급등 당시와 공통점이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등 다른 경쟁자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엔비디아의 고객사가 GPU 자체 개발에 나선 것도 엔비디아 실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미국 투자회사 토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최근 일고 있는 AI 버블은 1990년대에 있었던 닷컴버블(미국을 중심으로 1995년~2000년도에 걸쳐 일어난 거품 경제 현상)보다 크다”며 “엔비디아가 과거와 같은 엄청난 성장 속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제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엔비디아는 실적과 차트 모든 측면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기관투자자들은 엔비디아에 여전히 관심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534억달러(약 71만2409원)에서 2027년 1190억달러(약 158만7579원)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현재 엔비디아의 이익 전망은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주가 멀티플(기업가치 산정 배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의 고공 행진과 함께 세계 AI 반도체 주가 모멘텀(동력)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며 “대만 TSMC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 공급선 다변화는 후발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업체들의 시장 침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조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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