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
7.8조원 사업 참가 가능해진 HD현대
최악의 경우는 피했으나 벌점은 여전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총사업비 7조8000억원 상당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 오후 계약심의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제제 심의를 ‘행정지도’ 의결로 결정했다. 심의 결과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등의 처분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나뉜다.

‘행정지도’로 의결한 배경을 놓고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알렸다.

앞선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전원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당 문제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방산분야 입찰 제안서 평가 시 1.8점의 감점 조치를 받는다. 더하여 이번 심의에서 입찰 참가자격까지 제한됐다면, 올 하반기 예정된 KDDX 사업 입찰에 참여 자체를 못할 수도 있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고 실전 배치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순으로 진행되며, 개념사업과 기본설계를 각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수주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참가자격이 제한되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으나, 상기한 감점을 이유로 여전히 한화오션과의 수주전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 2020년 진행됐던 KDDX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평가 당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승패가 0.056점 차로 결정됐듯,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리는 특수선 수주전에서 1.8점의 감점은 특히나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방사청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해외수출 증대를 통해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된다”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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