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논란이 거세다.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해 온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줄줄이 손절에 나섰다. 2021년도 초만 해도 12000선에서 움직이던 홍콩H지수가 6000선까지 급락하며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도 4일부터 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지난달부터 원금비보장형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0월부터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피땀 흘려 번 종잣돈...모두 반토막

50대 김모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2021년 2월에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다. 총 2억원을 투자했고 1억원은 중도상환을 받았고, 나머지 1억원이 묶여있는 상태다.

김씨는 “가입 당시 예금 이자는 1%대였고, VVIP 고객으로 저의 자산 현황을 잘 알고 있고 자산 운용을 담당해주던 PB가 해당 상품의 금리가 3.6%라며 권유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투자자로 “재투자할 때는 5분만에 설명이 끝난다. 거의 프리패스 방식”이라며 “본인과 같은 재투자자 피해가 많을 것이고 고령자뿐 아니라 본인 나이대도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인 김씨는 “첫아이 36개월때부터 워킹맘을 하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가지며 불과 5년 전까지 직장생활을 해 모은 돈이 이렇게 공중분해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김아무개씨의 1억원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다른 투자자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47세 이아무개씨는 25살때부터 23년간 거래한 한 시중은행에 2021년초 가입했다. 최우수고객이었고 가입은 VIP룸에서 이뤄졌다. 이아무개씨는 “직장생활 11년하면서 모은 종잣돈 1억9500만원이다. 정기예금을 넣고 싶었는데 PB가 본인과 지인, 가족들도 다 가입한 상품이라며 6개월 후 조기상환 되고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안전하다며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는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 등 여러 번에 걸쳐 투자돼 많게는 50%, 평균 40% 손실이 예상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홍콩H지수 ELS 상품에 본인의 6500만원, 아내의 4200만원 등에 추가로 아내가 평생 모은 돈 1억8200만원을 넣은 최아무개씨(63)의 사정도 비슷하다.

2021년 1월에 아내의 통장, 인감, 등본을 가지고 오후 4시~5시에 영업점의 쪽문을 통해 들어가 거래를 했다. 30년 가까이 거래해 믿었던 한 시중은행이다. 최아무개씨는 “2021년도 이전에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해 50%의 원금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안했지만 담당 PB의 나라가 망하지 않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조기상환 된다는 말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파는 사람조차 잘 몰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9일 열린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홍콩H지수 ELS 손실 위험과 관련해 “일부 은행에서 ELS 관련해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를 다 마련했다고 말하는데, 자기 면피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 투자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합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회사가 소비자 투자 성향 등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하고, 충분히 이해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원장은 1일 오전에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도 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불완전판매’”라며 “홍콩H지수 ELS 상품 구조에 대해 파는 사람조차도 상품에 대해 잘 모르고 판매한 것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나섰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었나. 19년도 11월 DLF 사태 때 금융당국도 ELS를 은행에서 판매를 허용한 것이 아닌가”라며 “금감원 또한 면피하고 있다. 금융 당국 먼저 자기진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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