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USA’ 프리오픈…현지서 서비스 만족도 높아
현지 물류센터 없어 추가 통관 수수료 걸림돌로
“통관 상황 관찰 중…일정·수요 조정 진행 중”

컬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전용 온라인몰 '컬리USA'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컬리USA SNS
컬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전용 온라인몰 '컬리USA'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컬리USA SNS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재도전하기 위해 미국 역직구 서비스를 꺼내들었다. 미국 역직구 서비스가 초기단계임에도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추가 통관이라는 변수가 발생해 컬리 측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7월부터 베타서비스로 운영하던 역직구 서비스(외국 거주자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구매)를 지난달부터 프리오픈(사전 운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소비자 100명을 모집해 역직구 서비스 ‘컬리 USA’를 연습한 후 시범서비스로 확대한 것이다. 시범 서비스 지원자만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노티드 도넛, 애플하우스 떡볶이, 광화문 미진 국수 등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제품들이 미국에서도 높은 수요를 보였다.

컬리 USA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컬리 상품을 미국 전역에 48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주문이 들어오면 컬리의 물품을 국내 물류센터에서 포장한 후 특송업체 DHL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컬리 관계자는 “한국에서 컬리를 이용해보거나 새벽배송에 익숙해져 있는 한인들이 컬리USA를 반기고 있다”면서 “한인마트를 통해 수출했던 상품들 반응이 좋았고 미국에선 장보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경우가 많아 서비스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컬리가 직접 해외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는 기업 간 거래(B2B)로 제품을 미국에 선보여 왔으나 현지에서 K푸드와 화장품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했다.

미국 서비스를 위해 컬리는 지난 6월 첫 해외법인인 ‘컬리글로벌’을 미국에 설립했다. 컬리글로벌은 컬리USA의 결제 및 정산을 담당한다.

컬리는 미국 현지의 한인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수요가 높은 K푸드와 화장품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다만 현지의 초기 수요 관리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초대받은 회원만 컬리 US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 운영 이후 사측은 컬리 USA 서비스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면 올해 안으로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행 항공 소포 접수가 중단된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미국의 관세 정책 변경에 따라 미국행 국제우편 접수 단계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행 항공 소포 접수가 중단된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미국의 관세 정책 변경에 따라 미국행 국제우편 접수 단계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미국 현지의 정책 변화가 걸림돌이 됐다.

컬리는 역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냉동·냉장식품 89달러 이상, 상온 49달러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항공서비스로 인한 물류비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소액 소포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한 것이 관건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관세를 우회하거나 위험 품목을 밀반입하는 데 악용된다며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은 자국 내 수입 상품 총액이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면 관세 부과 없이 통관하는 ‘소액소포면세제도’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서류를 제외한 모든 국제우편물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산지 국가별 관세율에 따라 종가세가 부과되거나 품목당 80~200달러를 정액 부과하는 종량세가 병행 적용된다. 화장품 102만원 어치를 미국에 보내고 관세로만 1600불(약 221만원)이 발생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식료품을 역직구로 판매하던 온라인 쇼핑몰들도 ‘추가 통관 수수료로 인한 비용은 구매자가 내야 한다’는 식의 공지문을 띄우는 상황이다.

당초 컬리가 소액소포면세제도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진출했던 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컬리가 관세를 납부한다면 선결제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부담한다면 관세가 상품 가격에 일부 포함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추가 비용뿐만 아니라 통관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배송시간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존제도 상으로 소액상품은 제품 목록만으로 통관이 가능했지만 제도 폐지로 개별 확인절차가 추가됐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원활한 방법은 컬리가 미국 현지에 물류센터를 마련하거나 자체적인 배송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컬리 측은 근시일 내에는 미국 내 물류센터 구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과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 프로덕트 리더가 네이버 커머스 밋업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유라 기자
(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과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 프로덕트 리더가 네이버 커머스 밋업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유라 기자

컬리는 창립 10주년 만인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반기 기준 3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제 막 시작한 미국 역직구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대적인 투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도 컬리는 해외 서비스 발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가 내수 시장만으로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 국경을 뛰어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도 대만에서 크로스보더 사업을 펼치면서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크로스보더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자사의 강점은 상품 큐레이션”이라며 “미국 현지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한국 식품과 인기 상품을 엄선해 한인 식품 배달업체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포 관세 부과로 통관 리드타임이 길어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영향은 없다”며 “컬리USA에 너무 많은 수요가 오픈 초기에 몰려 상품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일정 수요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책 발표가 최근 이뤄진 만큼 가격 인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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