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회장, 내달 20일 주총 이후 퇴임
7월 제출 의무…책무구조도 부합
'오너가 2세'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이 내달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다만,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하기로 했다. 원 회장의 퇴진 배경으로 7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책무구조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이사회는 내달 20일로 예정된 정기주주 총회에서 원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안을 상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로써 원 회장은 20년간 이어온 대표이사에서 퇴임하고,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앞서 27일 대표이사로 내정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의 선임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신영증권은 황성엽·금정호 2인 각자 대표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 사장은 동양종합금융과 한국투자증권 출신으로 2006년 신영증권에 합류해 올 2월 기업금융(IB) 총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영증권은 미래에셋증권·KB증권·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자산관리(WM)과 기업금융(IB) 부문을 분리해 각자 대표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황 사장이 자산관리(WM)와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금 사장은 IB 사업을 이끌고 있다. 신영증권의 대표이사 임기는 3년이다. 황 사장은 2연임에 성공해 다음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원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예정”이라며 “이는 기존 회사 운영에서 역할도 작성 중인 책무구조도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 자사주 비중 최대…소수지분으로 지배력 강화 차원
이번 원 회장의 퇴임이 금융감독원이 시행하고 있는 책무구조도를 의식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원의 직책별로 책무를 명확하게 분담하는 문서다. 최근 금융권의 횡령이나 미공개 정보 활용, 불완전판매, 불법계좌 개설 등 사고가 잇따라 담당 임원을 책무구조도에 기재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한 제도다.
신영증권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올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이사회 의장이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을 수행하는 만큼 이사회 의장인 원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경우 지배구조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원 회장이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에 맞춰 퇴진을 결정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인사가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사주 소각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제도화 검토를 밝히면서 신영증권 주가는 한달간 40% 이상 상승했다. 신영증권 자사주 비중은 이날 기준 52.6%(864만3663주)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전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주식 희소성이 증가하고, 이는 주당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신영증권 자사주 비중이 높아 오너 일가에 배당 이익이 집중돼 있는 데다, 올해 3월까지도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소각한 적은 없기에 원 회장의 퇴진을 당장 지배구조 개편 의도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봤다.
특히, 신영증권 오너일가 지분율이 낮은 만큼 자사주 비중을 확대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주주인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0.4%다. 이어 원종석 회장 8.2%, 그 외 특수관계인이 2%를 보유 중으로 오너일가가 총 20.6%의 지분율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이사회 의결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순 없으나, 자사주를 활용해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신영증권 오너일가가 자사주 비중을 늘리는 건 소수 지분만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