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지분 청산하며 상장 추진 재개 가능성 낮아져
지주사 CJ 합병 추진시 오너가의 CJ 지분율 상승
IM증권 “외부지분 회수해 기반 마련…세금부담도 줄어”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혁신매장 1호점 ‘올리브영N 성수’가 많은 방문객들도 붐비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혁신매장 1호점 ‘올리브영N 성수’가 많은 방문객들도 붐비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CJ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혀온 CJ올리브영 상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CJ올리브영이 지주사 CJ와 합병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증권가에서도 올리브영의 최근 행보를 두고 지주사와 합병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다룰 정도다.

1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들어 자기주식 보유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올리브영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투자받으면서 제공했던 지분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앞서 올리브영은 2021년에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기업공개(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투자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기대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면서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올리브영의 상장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CJ그룹 오너가의 승계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받았다.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의 지분 구조는 CJ 지주가 51.5%, 자사주 11.29%,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뷰티파이오니어 11.29%,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장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를 보유하는 형태다.

올리브영의 지분은 사실상 지주사와 오너가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시장의 예상치처럼 6조~7조원 규모로 상장만 이뤄진다면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보유한 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상장 시장이 녹록지 않다. ‘대어’로 평가됐던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로 인해 상장 철회에 나설 정도다. 한동안 상장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CJ올리브영의 상장도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CJ그룹은 올리브영의 상장을 통한 오너가 승계자금 확보 대신 다른 시나리오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의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오고 그 대신 CJ그룹과의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해 3월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 22.6%를 CJ그룹과 특수목적법인에 절반씩 팔았다. 글랜우드PE가 2021년 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에서 약 4140억원을 투자하며 받은 지분이 매각된 것이다.

이어서 CJ올리브영은 지난달에 2대 주주인 특수목적법인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자사주는 22.6%로 크게 늘어났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리브영이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이선호, 이경후 경영리더의 지분 비율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드는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이선호 경영리더의 지분은 14.26%, 이경후 경영리더는 5.44%가 된다.

자사주 확보에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 2월에는 사옥으로 쓰고 있는 서울역 인근 KDB생명타워 건물 인수에 나섰다. 현재 올리브영은 KDB생명타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매각가는 6800억원대로 추정된다.

KDB생명타워 인수에 성공한다면 올리브영의 순자산은 늘어나게 된다. 

현재 올리브영과 지주사 CJ와의 합병안으로 가장 유력한 안은 지주사 CJ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고 CJ올리브영 주주들은 올리브영 주식과 지주사 CJ간 지분을 교환하는 형태다. 순자산이 늘어난 올리브영은 기업가치도 상승하게 돼 이선호, 이경후 경영리더는 지주사 CJ 지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지주사 CJ와 CJ올리브영 주주 분포. 사진=im증권 리포트
지주사 CJ와 CJ올리브영 주주 분포. 사진=im증권 리포트

증권가도 CJ올리브영이 상장보다는 지주사 CJ와의 합병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리브영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살펴봤을 때 향후 올리브영 상장보다는 CJ와의 합병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결과적으로 외부지분을 모두 회수함으로써 CJ와의 합병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오너 3세들이 CJ 지분을 매입하는 승계 측면에서도 합병이 상장보다 세금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는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으로 유동성 할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장 모회사 주주와 상장 자회사 주주간 이해상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비상장회사 가치 상승 및 자체사업의 이익 성장이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 “올리브영이 상장하지 않는다면 중복상장 할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CJ와 올리브영 합병 추진 과정에서 합병비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결국 합병 이후 올리브영 기업가치가 온전하게 반영되며 CJ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B업계 관계자도 “올리브영이 상장을 통해 오너가 인물들의 승계 재원을 마련한다면 이어지는 지분 처분, 지주사 주식 매입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크다”며 “이전부터 CJ지주와 합병설이 흘러나왔던 만큼 과정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장보다는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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