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유입 없는 M&A...주식양수도 계약만
새 주인 케이씨비그룹 양수자금 75억 중 15억 차입해 마련
율호 재정난 지속...CB 상환 대신 재매각 결정
CB투자자 전환 즉시 평가수익률 21%...다음달 7일 상장
율호가 최대주주 및 경영권 변동에도 불구하고, 후속 유상증자로 인한 실질 자금유입이 없어 재정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새 최대주주 측은 구주인수 과정에서도 자기자금 부족으로 차입금을 조달하는 등 재정적 지원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율호는 채무상환 여력이 부족한 탓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전환사채(CB) 재매각까지 단행하는 모습이다. 재매각된 CB는 즉각 전환청구되며 율호의 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율호는 전거래일(21일) 주식양수도계약 종결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이자 양도자인 이엔플러스는 보유주식 869만4873주(12.38%) 중 500만주(7.12%)를 양도한다. 양수자 케이씨비그룹은 인수대금 75억원을 납입함에 따라 율호의 새 최대주주가 됐다. 1주당 인수가액은 1500원이다.
이번 M&A에서 시장의 관심은 주로 새 주인인 케이씨비그룹의 재정적 역량에 쏠렸다. 율호가 최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새 주인의 후속 자금조달 등을 통한 자금 확충 여부가 주요 사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율호의 새 주인은 구주 인수 과정에서도 차입금을 조달하는 등 재정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인수대금 75억원 중 60억원은 자기자금으로, 나머지 15억원은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현재까지는 경영권 변동은 있지만 실질적인 자금 유입이 없는 M&A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율호가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도 지속되는 양상이다.
율호 관계자는 “주식양수도계약 이후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계획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율호는 지난해말 연결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가 69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전년 동기 29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유동성이 감소한 양상이다. 작년 6월경 마카하 사모투자회사(PEF)를 인수하는데 103억원을 투입하면서 큰 지출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지난 사업연도 148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같은 재정적 어려움이 주가 부담을 야기할 수 있는 CB의 재매각으로 이어지는 점이다. 율호는 최대주주 변경과 같은날인 지난 21일 8회차 CB 권면 25억원의 물량을 재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자본시장에서 CB 재매각은 발행사가 기상환 CB를 소각할 재정 여력이 부족한 경우 단행하게 된다. 즉각적인 전환 및 차익실현 가능한 물량이 재매각 됨에 따라 주가부담을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환청구된 CB의 전환가액은 1487원이며, 전환청구일(21일) 종가 1800원 기준 약 21.05%의 평가수익률이 추산된다. CB 인수자는 홍명표씨(10억원), JH투자조합(15억원)이다.
당초 8회차 CB는 율호 주가가 저조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차익실현이 어려운 수준이었으나, 이달 13일 회사 주가가 21.08% 급등하면서 차익구간에 진입했다.
전환된 CB물량 168만1236주는 다음달 7일 상장 예정이다. 전환규모는 상장주식총수(7023만8244주) 대비 2.39% 수준이지만, 일괄 매도시 주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