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된지 6년이 지났다. 지금 대한민국 수소경제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은 파이낸셜투데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해결책까지 제안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두번째 다룰 주제는 제자리걸음 중인 인프라 확충 문제이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면서 친환경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삼아 2040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 방향성과 목표 및 추진전략을 담았다.

수소차는 2022년까지 버스 2000대를 포함해 6만7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 수소차는 3만대에도 이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의 ‘시도별 친환경차 누적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등록된 수소차는 3만7930대로 전년(3만4258대) 대비 10.7% 증가율을 기록했다. 로드맵 발표 전인 2018년 893대에서 2019년 5083대로 469%가량 늘었지만 증가폭은 매년 줄어왔다. 2020년에는 1만906대로 115% 증가했으며, 2021년(1만9404대) 78%, 2022년(2만9623대) 53%, 2023년(3만4258대) 16%, 2024년(3만9730대) 16%에 그쳤다.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설정한 2030년 30만대 보급목표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연도별 친환경차 누적등록 현황.
연도별 친환경차 누적등록 현황.

같은 기간 또 다른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록 대수는 크게 늘었다. 2019년 8만9918대였던 전기차는 2024년 68만4244대로 6800%늘었으며, 화석연료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는 2019년 50만6047대에서 2024년 202만4481대로 300%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포함하는 친환경차 등록대수는 2019년 60만1048대에서 2024년 274만6655대로 357% 늘었다.

국내 등록된 전체 차량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5%에서 2020년 3.4%, 2021년 4.7%, 2022년 6.2%, 2023년 8.2%, 2024년 10.4%로 꾸준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도 0.4%에서 2.6%로 늘었으며, 하이브리드차는 2.1%에서 7.7%로 껑충 뛰었다. 수소차는 6년째 0.1%에 불과하다.

수소차 보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고질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충전 불편 문제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2022년 310곳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등록자동차 수, 인구 수, 면적, 수소차 보급량, 교통량 등을 고려해 균형있게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센터에 따르면 2025년 1월 현재 전국에 구축에 수소충전소는 누적 202곳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누적 134곳으로 목표치의 43%에 불과했으며, 2023년(164곳), 2024년(199곳)에 그쳤다. 충전소 1곳 당 약 200대의 차량의 충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곽 충전소의 경우 20~30분가량, 도심권 충전소의 경우 1~2시간을 대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몇몇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소충전소가 셀프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수소차 충전건은 탈거 시 노즐이 차량과 얼어붙는 문제가 크다. 파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전문교육을 수료하지 않은 일반인이 이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충전소 수가 지역마다 크게 차이나는 점도 문제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35곳의 수소충전소가 설치된 반면, 서울과 부산은 각각 10곳, 9곳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천의 경우 13곳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지만 서구(6곳)와 중구(4곳), 남동구(2곳), 연수구(1곳)에 몰려있다. 동구와 중구,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강화군, 옹진군에는 충전소가 전무하다.

버스전용 충전소를 제외하면 6곳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인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광산구(3곳), 남구(1곳), 북구(1곳), 서구(1곳) 등 동구를 제외하면 비교적 고루 분포되어 있다. 다만 광산구를 제외하면 수소충전소 설치 지역을 제2순환도로 밖으로 제한한 까닭에 모든 충전소가 시 외곽에 위치해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광주 남구 소재 임암 수소충전소 전경. 하진=한종해 기자
광주 남구 소재 임암 수소충전소 전경. 하진=한종해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수소차를 타는 한 이용자는 “충전 시간이 잛아서 전기차 대신 수소차를 선택했는데, 충전소가 부족해 시간이 더 걸린다”며 “애플리케이션을 매번 확인해 영업시간과 운영상황을 확인하고 꽤 먼거리를 운전해 충전을 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고 말했다.

충전을 하러 왔다가 허탕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처럼 24시간 운영되는 것과 달리 수소충전소는 영업시간이 05시에서 23시로 제한돼 있다. 이마저도 재고 소진을 이유로 충전 업무가 중단되기 일수다.

요금도에서도 메리트가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 충전소는 저장식 공급방식의 오프사이트 충전소다. 울산, 평택, 광주, 창원 등 수소생산기지에서 파이프라인이나 튜브트레일러, 탱크로리 등을 통해 수소충전소까지 수소를 운송한 뒤, 수소차를 충전한다. 생산기지와 충전소 간 거리가 멀수록 가격이 비싸진다는 얘기다.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정보시스템 하잉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소충전소 요금은 제주도에 위치한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로 kg당 1만5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요금이 가장 저렴한 충전소는 충주에 위치한 ‘충주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로 kg당 8400원을 기록했다. 최고와 최저 요금이 2배가량 차이나는 것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2022년 수소충전소 공급가격 목표는 kg당 6000원. 현재 전국 평균 수소충전 요금은 1만107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소 운영 관계자들은 수익이 너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충전소 관계자는 “그나마 지자체의 보조금이 있어서 버티고 있지, 그마저도 겨우 운영만 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충전소 관계자는 “충전 압력의 회복 시간이 길어 1시간을 대기하기도 한다”며 “고객 원성은 오롯이 충전소에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수소차 신규 수요를 지속 발굴하고 충전 편의를 제고하는 등 수소차 생태계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일 ‘2025년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조기 확정하고, 2025년도 수소차 보급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수소차 보급 확대, 수소 버스의 성능‧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 2025년도 보조금 지침을 개편하고, 내년 확정된 수소차 보급 지원 예산 7218억원을 지침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수소 버스 2000대, 수소 승용차 1만1000대, 그리고 수소화물차와 수소청소차 각각 10대에 대한 구매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소차의 충전 불편 문제 해소를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도 가속화한다. 전년 대비 8% 증액된 1963억원을 투입해 64기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나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소 버스 보급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존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거나 공영차고지에 수소충전소를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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