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일 광주은행장. 사진=JB금융지주
고병일 광주은행장. 사진=JB금융지주

지난해 1월 취임한 고병일 광주은행장이 1년 추가 임기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고 행장 2기 체제를 시작하게 된 광주은행은 자금조달 개선을 첫 과제로 마주하게 됐다. 

광주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CD 이자율도 함께 높아져 대출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JB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디지털금융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은행 여신 업무의 근본인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고객과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화 양도성예금증서(CD)…5539억원→1조631억원 ‘2배’ 급증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올해 3분기(7~9월)까지 원화 양도성예금증서(CD) 평균잔액은 1조631억원으로, 전년(5539억원) 대비 91.93% 증가했다. 예수금·차입금·원화콜머니 등 다른 자금조달과 달리 눈에 띄게 2배 가량 급증했다. 

은행은 CD를 발행해 원화‧외화 등 자금을 조달한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보유 중 필요할 경우 언제든 제3자에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 긴급 자금조달 방법으로 활용된다. 

은행이 CD를 통해 원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언뜻 좋은 신호로 보이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해, CD 금리가 높아질수록 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은행 3분기 CD 이자율은 3.93%로 2022년(1.81%)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게다가 확보한 유동성을 오래 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은행의 자금운용내역을 살펴보면, 3분기까지 원화 예치금은 127억원으로 전년(882억원)보다 약 7배나 줄었다. 2022년(1042억원)과 비교해서는 8배 이상(720.47%) 급감했다. 

광주은행은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하는 JB금융의 경영 전략에 발맞춰 토스뱅크, 카카오페이 등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해 지방은행의 영향력을 키우겠단 구상이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시기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고객의 대출금리 인상을 유발하는 CD 발행을 늘려 은행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여신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은 계엄‧탄핵 등 여파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평소보다 커진 상태라 각 금융회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당국에서도 이를 면밀히 점검하려는 분위기”라며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현 시점에선 적절한 전략이지만, 신규 고객 유치가 절실한 지방은행으로서는 연말연시부터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고 진단했다. 

◆ 광주 시금고 수성, 역대 최대 실적…연임 관문 ‘통과’

고 행장은 첫 임기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10월, 8조원대 광주시 제1금고를 수성하고, 재임기간 중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광주은행의 실적을 보면 올해 1~3분기(1~9월) 누적 당기순이익(연결기준) 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2151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올해 연간 누적 순이익은 2022년 기록한 2582억원을 뛰어 넘는 최대 순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광주은행은 설립 후 56년간 광주시 금고지기를 맡아오며 지방은행으로서의 정체성과 입지를 굳혔다. 통상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지 못하면 지방은행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에 고 행장에게 광주시 시금고 수성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업이었다. 

위 공로를 인정받아 고 행장은 최근 JB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로부터 차기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이번주 광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주주총회 승인을 받고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연임 임기는 1년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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