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 체험기
넥슨의 신작 PC·콘솔 하드코어 액션 RPG ‘더 퍼스트 버서커: 카잔(The First Berserker: Khazan, 이하 카잔)’을 향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내년 출시를 앞두고 현재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TCBT)를 진행 중인데,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특히 적과 묵직하게 주고받는 액션 공방에 대해선 호평일색이다.
카잔은 기본적으로 ‘소울라이크’로 불리는 게임들과 유사한 전투 구조를 갖고 있다(비록 넥슨은 카잔을 소울라이크로 규정하진 않지만). ‘패링’과 ‘회피’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한차례 흘려낸 후 내 차례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무기들은 각각의 장단과 특색을 갖고있다. ‘도부쌍수’는 리치는 짧지만 준수한 연계공격과 빠른 회피가 가능하며, ‘창’은 빠른 속도와 다양한 연계 공격으로 스테미너 공방에 적합한 무기다. ‘대검’은 한방 한방이 매우 강력하지만 그만큼 느려 리스크도 크다.
이번 TCBT에서는 10시간 분량이 제공되며 총 3개의 보스를 체험할 수 있다. 난도는 쉽지 않은 편이지만 수십 차례의 시도 끝에 보스를 쓰러뜨리면 진한 여운이 남는다. ‘이것이 카잔이라는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희열감이 컸다.
공교롭게도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전투의 난이도다. 이번 테스트를 체험한 일부 게이머들은 지나치게 높은 난도를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한다.
여타 소울라이크 게임들의 진입 장벽이 소위 ‘보스의 불합리한 공격 패턴’이라면, 카잔의 경우 인게임 내 기력(스테미너) 시스템이 높은 난도의 주범이다. 기력 관리가 지나치게 빡빡하다는 지적이다.
공격·패링·회피 등 모든 움직임에는 스테미너가 소모된다. 이를 적절히 계산하지 못하고 모든 스테미너를 소진하게 되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무방비에 놓인 이때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일격에 사망할 수도 있다.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의 확장’이라는 카잔의 개발 배경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네오플이 개발한 원작 던전앤파이터는 대한민국과 중국에서 어마무시한 성과를 거둔 넥슨의 초대형 히트작이지만 서양권에선 유독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 과거 격투 게임 ‘DNF 듀얼’을 통해 서양권 공략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카잔의 목표가 ‘기존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 위함’이라면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맞다. 던전앤파이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며 전 연령대에 걸쳐 유저들이 분포돼있다. 이들 모두가 즐기기엔 분명 카잔은 어려운 게임이다.
반면 ‘신규 유저층 유입’이 더 큰 목표라면 난도 조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지점이다. 분명 장르 특성상 카잔의 주 이용층은 소울라이크 팬덤이 될 터. 이들이 원하는 건 극한의 하드코어 플레이다. 지나치게 낮은 난도는 오히려 플레이 요인을 떨어뜨린다.
결국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의 확장’이라는 측면에 있어 기존 유저들에게 새 재미를 제공하는 ‘질적 확장’을 꾀하느냐, 아니면 아예 신규 팬덤을 유입시키는 ‘양적 확장’을 꾀하느냐에 따른 난이도 조절이 필요해 보였다. 만일 두 유저층 모두를 다잡고자 한다면 시프트업이 개발한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스토리 모드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던전앤파이터를 모르는 유저가 카잔을 플레이함으로써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될지’다. 냉정하게 카잔의 초반부 서사는 그닥 흡입력있지 않았다. 던전앤파이터 IP를 처음 접한 게이머들에게도 와닿을만한 강렬한 연출과 내러티브가 필요해 보였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차치하고 보면 카잔은 이미 충분히 재미있고 완성도도 제법 높은 게임이다. 정식 출시 전까지 세부적인 내용들을 보완해 글로벌 게이머들로부터 인정받는 또 하나의 국산 게임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