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상반기 신규등록대수 106% 증가
‘글로벌 혁신 허브’ 싱가포르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상반기 신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싱가포르의 신차 구입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현지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서 발표한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대수는 1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6대와 비교해 106%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선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다. COE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데 1600cc 이상 자동차의 경우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등록세·도로 이용세 등 차량 구입 시 내야 하는 세금도 있다.
이처럼 신차 구입 문턱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현대차그룹이 택한건 친환경차 전략이다.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아이오닉 5·6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혁신 거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했으며,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도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구에 있는 HMGICS는 제조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 기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하며 화제를 모았던 아이오닉 5 역시 HMGICS에서 만들었다.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5 로보택시도 HMGICS에서 양산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1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를 현지에 출시했다. 기아 EV9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찾기 힘든 대형 전기 SUV다. 친환경 SUV인 니로 전기차(EV)도 판매 중이다. 두 달 전인 올해 8월에는 다목적차량(MPV)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싱가포르에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친환경차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오늘날 싱가포르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수소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경유(디젤)를 사용하는 공영 버스 6000대 가운데 절반을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에서 단순히 차량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