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구독서비스에 지마켓도 참여나서
SK그룹 산하 11번가 존재에도 공동 서비스
SK스퀘어, 11번가 손절 가능성에 “적극 협력·지원”

SK텔레콤이 11번가의 경쟁사인 지마켓과 손잡고 자사의 구독서비스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사진=지마켓
SK텔레콤이 11번가의 경쟁사인 지마켓과 손잡고 자사의 구독서비스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사진=지마켓

SK그룹 산하 이커머스 ‘11번가’가 누적된 적자와 기업공개(IPO) 실패로 강제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가운데 ‘한지붕’ SK텔레콤이 11번가의 경쟁사인 지마켓과 손잡고 자사의 구독서비스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SK그룹이 사실상 11번가와 손절(손해를 보고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지마켓’은 지난 3일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우주’에 쇼핑 특화 상품인 ‘T우주패스 쇼핑 G마켓’을 출시했다.

T우주패스 쇼핑 G마켓은 신세계의 온·오프라인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지마켓의 쇼핑 혜택을 결합한 상품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특전을 그대로 누리면서 유튜브 프리미엄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외식, 영화 등 혜택을 추가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자사 고객을 타사에 뺏기지 않고 묶어두기 위해 구독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본 통신서비스 외에 1만원 안팎의 월 회비를 내는 구독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지마켓을 T우주 파트너로 선택한 것 자체는 특이한 일은 아니다. 이커머스 쇼핑 할인 혜택을 제공해 SK텔레콤과 지마켓이 각자의 고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되는 부분은 SK텔레콤이 이미 이커머스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SK텔레콤이 2008년에 11번가 서비스를 개시했고 이후 2018년에는 인적분할 형태로 사업분할하면서 SK텔레콤과 11번가의 법인 자체는 분리됐다. 이후 SK텔레콤이 2021년에 투자회사 SK스퀘어를 출범시키면서 11번가는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포함됐다.

SK텔레콤도 2021년에 T우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11번가를 쇼핑채널 파트너로 꼽을 정도로 양사는 협업해왔다. 그러나 최근 11번가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SK텔레콤도 11번가 외에 다른 쇼핑 파트너를 영입한 상황이다.

SK그룹이라는 한 지붕 내에 SK텔레콤과 11번가가 존재하는 만큼 경쟁사와 협업은 흔치 않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룹 내 관계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경우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자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자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이는 11번가가 누적된 적자와 상장 실패로 인해 강제매각 절차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적자를 거듭해왔다. 2020년 98억원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 694억원 ▲2022년 1515억원 ▲2023년 1258억원이다.

그간 11번가는 미국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비롯해 마케팅 운영 효율화, 리테일 사업의 고수익 상품 중심 재고관리 및 물류운영 효율화로 체질개선에 나서왔다.

그러나 11번가의 서비스가 쿠팡이나 지마켓 등 경쟁사와 비교해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소비자 확보와 실적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실적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상장 작업도 원활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18년에 재무적투자자(FI)에게 약속했던 5년 내 상장도 지키지 못했고 그간 투자받았던 자금(4940억원)의 80% 가량을 썼다. 

매각도 어려워지면서 기업가치도 저하됐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2018년 투자유치 당시 2조7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오아시스마켓의 11번가 매각 시도도 사실상 불발된 상황이다.

게다가 11번가의 악재는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내부 인력 전환 배치가 이뤄졌다. 이달 중으로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서울역 앞에 위치한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본사를 경기도 광명시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한다. 

사실상 11번가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SK그룹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SK그룹도 계열사 합병 계획 수립 등 어수선한 상황에 처해있어 여유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SK그룹이 사실상 ‘계륵’ 상태에 처한 11번가와 거리를 두려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SK스퀘어는 지난해말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11번가를 방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시선이 나오자 SK스퀘어 측은 11번가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정은 11번가 대표는 전날 판매자 공지를 통해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11번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11번가와 SK스퀘어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SK스퀘어의 경영진은 11번가 고객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과 판매자와의 동반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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