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노조, 파업 찬반투표 진행 중
한화오션 노조는 이미 경고성 파업 전개
가동률 100% 넘는데 인력난은 첩첩산중
돌아온 수주 호황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던 조선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부터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난항을 겪자 쟁의행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4일 가진 상견례를 시작으로 열 차례가 넘는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이번 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과 ‘성과금 산출 기준 변경’ 등의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 상황. 지난 10년간의 불황기를 인내해온 만큼, 회사가 이에 걸맞은 임금 인상 및 처우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던 당일 소식지를 통해 “수주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파업 준비보다 대화로 이견을 좁혀 나가야 할 시점이며, 파업은 최후의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앞선 15일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이하 한화오션 노조)는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동안 경고성 총파업을 벌였다. 한화오션 노조는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쟁의행위를 가결시키고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한화오션 노사는 임단협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당시 잠정 합의했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빚는 중이다. 사측은 지난해 1965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당초 RSU 지급 조건으로 걸었던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측은 회사가 말을 바꿨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사가 좀처럼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 두 노조를 포함해 조선업계 주요 노조들이 속해있는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공동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사업장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후 오는 8월 28일 1차 총파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투쟁)가 본격화될 경우, 3년치 일감이 쌓여있는 조선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오션 조선소의 가동률은 101%로 집계됐다. HD현대삼호·HD현대미포의 가동률 역시 각각 116%·102%에 달했다. HD현대중공업도 전년 동기 70%대였던 조선 부문 가동률을 88%까지 끌어올렸다.
지금도 각 조선소들은 외국인 근로자 수혈 등을 통해 인력난을 가까스로 해소하고 있는 상황인데, 파업으로 인력 부족이 가중될 시 최악의 경우 납기 지연과 이에 따른 지체보상금(LD)을 배상할 수도 있다. 이미 한화오션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으면서 HMM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중 일부를 제때 인도하지 못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