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재가입 시 홍콩H지수 연계 ELS로 변경
2024년 3월 만기일 수익률 –47.65%…원금 ‘반토막’
전문가 “ISA 통한 홍콩 ELS 손실도 배상기준안 필요”

대국민 재테크 필수통장 중 하나로 꼽히며 ‘절세통장’,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례가 발견됐다. 

24일 파이낸셜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2016년 3월 B은행에서 ISA 계좌를 개설해 금융투자를 시작한 A씨는 최대 가입기간 5년째인 2021년 3월 만기일을 앞두고 ISA에 재가입했다. 재가입 과정에서 은행에 투자일임한 금융상품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변경돼 투자원금의 절반가량을 잃었다. 

A씨가 2016년 3월 최초 가입한 ISA 계약서(왼쪽)와 2021년 3월 재가입한 ISA 계약서.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2016년 3월 최초 가입한 ISA 계약서(왼쪽)와 2021년 3월 재가입한 ISA 계약서. 사진=제보자 제공

자세한 경위는 이렇다. A씨가 최초 투자한 금융상품은 ▲KOSPI200(한국거래소) ▲EUROSTOXX50 ▲S&P500(뉴욕증권거래소)지수를 추종하는 ELS였다. 이후 ISA 계약을 갱신하면서 ▲KOSPI200 ▲HSCEI 지수(홍콩증권거래소) ▲S&P500 지수를 따르는 ELS로 변경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A씨 역시 –47.65%의 수익률에 직면했다. 

A씨는 “ISA 계좌를 가입하면서 B은행에 금융투자 판단‧운용을 일부 일임했기 때문에 재계약 당시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하는지, 투자상품을 변경하는지 여부 등을 자세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충분히 ISA를 통한 홍콩 ELS 손실 피해를 인지하고 피해 사례로 집계했으며, 이에 대해서도 신탁 투자상품인 주가연계신탁(ELT) 피해 사례와 동일하게 자율배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ISA는 가입자가 보유한 1개 계좌에 예‧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ELS‧DLS),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로 2016년 국내에 도입됐다. 당시 투자 초심자들 사이에서 금융투자 수익에 대해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빠르게 입소문 나며 ISA 붐이 일었다. 

그러나 이미 2016년에도 홍콩 H지수 폭락 사태를 겪고 있던 상황으로, 홍콩 ELS 투자원금을 찾을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나아가 국민의 잠자는 돈을 투자성 금융상품으로 유입시켜 금융회사 배만 불린 게 아니냔 비판도 나왔다. 

최근엔 정부와 금융당국이 ISA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입자 수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 수는 2016년 4월 말 178만명에서 올해 4월 말 525만명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입금액은 26조8349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연간(2000만원→4000만원) 및 총(1억원→2억원) 납입한도를 확대하고, 이에 따른 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를 일반(200만원→500만원)과 농어민형(400만원→1000만원)으로 구분해 각각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ISA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는 시중은행들이 홍콩 ELS 판매를 중단하면서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게 됐지만, ISA를 통한 피해 배상 가이드라인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SA는 일반 신탁처럼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한 것과는 다르기에 불완전판매 등 (피해자가) 구제받기까지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여러 배상 권고안을 만든 것처럼 ISA 연계 홍콩 ELS 손실에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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