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분쟁조정기준안을 11일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은 일단 법률 검토 중이며 내달 금융당국이 개최하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두고 조율 중이다. 

은행이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을 결정하기까지엔 시간이 얼마 없다. 금감원이 ‘사적화해’를 권고한데다, 당장 4월 초부터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사례를 중심으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이 자율배상을 택하더라도 홍콩H지수 ELS 배상이 ‘배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투자자에게 배상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판매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은행들은 ‘배임’을 피하려면 이사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처리하자는 취지인데 배임 이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제도적으로 참작이 가능하게 돼 있다”고 일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5조1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가 현 수준(5678포인트, 2월 말 기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총 손실액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만기액 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7.4%(13조2000억원)다. 손실액의 30~4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총 배상금은 약 1조5200억원에서 2조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쟁조정안에 대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기준도 있긴 하다”며 “수만 건에 해당하는 사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해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쟁조정안 같은 경우 항목이 너무 상세하지 않고 포괄적이라 투자자와의 갈등까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율 배상 관련해선 당국에서 총선 전에 입장을 낼 것 같아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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